가마솥이 끓자 콩내음이 가득했다

사진이야기 農·寫 전통 방식 지키는 광주 압촌마을 메주작업장

  • 입력 2016.01.17 18:35
  • 수정 2016.01.17 18:4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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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솥이 끓기 시작하자 뚜껑 위로 물을 붓는 여성농민들.
▲ 홍복순(66, 오른쪽)씨를 비롯한 압촌마을 여성농민들이 푹 삶아진 콩을 가마솥에서 바구니로 옮겨담고 있다.
▲ 임씨(이름은 밝히지 않았다)가 다음날 삶을 콩을 물에 씻고 있다.
▲ 지난해 말부터 빚어 온 메주의 건조 상태를 임씨가 확인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뜨거운 열기가 아궁이 밖으로 검붉은 불길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일렬로 늘어선 총 10개의 가마솥엔 전날 씻어 담아놓은 콩 400kg(1가마솥 당 40kg)이 담겨 있었다. 불길이 약해질세라 수시로 장작더미를 아궁이 속으로 밀어 넣기를 한 시간 즈음, 가마솥 뚜껑 사이로 끓은 콩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꽤 짙은 허연 거품이 가마솥의 사면을 타고 흘러내리려 하자 그간 불을 지피느라 여념이 없던 여성농민들이 물을 한 바가지씩 뜨더니 가마솥 뚜껑 위로 붓기 시작했다.

“한 번 매(팔팔) 끓인 다음엔 서서히 끓게 냅두는 거여. 이렇게 물을 부어주면 콩물이 넘치지도 않고 콩도 잘 삶아지고 1석 2조여.”

불을 살피느라 2시간 남짓 가량 아궁이를 떠나지 못한 이들의 얼굴엔 어느 샌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오늘따라 바람이 작업장으로 들이쳐 매캐한 연기가 자꾸 여성농민들을 휘감고 돌았다.

“콩 삶을 땐 추운 게 나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겁나는데 날마저 따뜻하면 어휴 말도 마.”

겨울 한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1일 전라도 광주 압촌마을의 전통메주작업장에선 메주 빚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어오던 작업이 며칠 사이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작업장 내 건조장엔 그간 약 300포대(40kg)의 콩으로 빚은 메주가 볏짚에 묶여 질서정연하게 매달려 있었다. 틈틈이 갈라진 메주는 앞으로 10여일은 더 건조돼 광주지역의 농협으로 순차적으로 출하될 예정이다.

“메주가 만든다고 다 메주가 아녀. 최소 20일에서 한 달 가량을 잘 건조해야 메주지. 우리 메주가 이래 뵈도 고장에서 알아주는 메주여.”

콩을 삶기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났을 무렵, 한 여성농민이 가마솥 뚜껑을 열고 삶아진 콩을 손으로 으깨어보더니 곧바로 노란바구니에 콩을 담기 시작했다. 가마솥 10개에서 나오는 콩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농민들은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콩을 분쇄기로 옮겨 메주 모양으로 빚는 작업을 이어갔다. 메주 하나당 3,800g 전후로 무게를 재더니 직사각형 모양으로 치댔다. ‘쿵쿵’ 전후좌우로 몇 번 치대니 메주다운 모습의 메주가 여전히 허연 김을 피어내며 건조바구니에 담겼다.

“우리 메주 작업이 다 수작업인데 이거(분쇄)만 기계로 혀. 씻고 삶고 나르고 다 혀도 으깨는 건 힘이 많이 드니께.”

메주 빚는 작업에 앞서 다음날에 삶을 콩을 씻던 한 농민은 “이제야 끝이 보인다”며 굽은 허리를 폈다. 그녀가 가리키던 곳을 보자 몇 포대 남지 않은 콩이 눈에 들어왔다. 또 다른 곳엔 그동안 작업하고 남은 빈 포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여성농민들은 빈 가마솥을 깨끗이 씻기 시작했다. 열기가 남은 아궁이의 재도 덜어냈다. 해를 넘겨 이어 온 메주 빚는 작업이 끝나려 한다. 여성농민들은 또 내일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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