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여성농민, 농협한테 할 말 많다 전해라~

  • 입력 2016.01.17 10:57
  • 수정 2016.01.17 10:58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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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난 해 3월 당선된 지역농협 조합장이 쓰러져 누운 지 반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다섯 표 차로 어렵게 재선되었는데, 당선의 영광을 뒤로하고 의식도 없이 자리보전 하고 있으니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변 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처음에는 조합장 개인에 대한 걱정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합 운영에 대한 염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살이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니 누구 탓도 아닌, 그저 물 흐르는 대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지역민들이나 관계자들 입장에서 일 정리가 반듯하면 좋겠지만 이러저러한 복잡한 사연이 있는지 어쩐지 쉬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일전에 대의원대회를 진행한 모양이고 새로운 조합장 선출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고 있나봅니다.

사실 농민들은 농협에 대해서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애증의 감정이라고나 할까요? 농협 자본금이 뻔히 농민들의 출자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농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걱정은 늘어만 가는데도 어쩐지 농협건물은 삐까뻔쩍 근사해지고 농협직원들의 품격만 높아지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지요. 농산물 값이 폭락을 해도 농협은 실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고 수수료나 챙기고 있으니 분노의 대상이 정부가 아니라 농협이 됩니다. 그 불신이 얼마나 크던지 농협이 출혈을 감당하며 좋은 일을 벌여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농협이 바뀔 것이라는 것에 대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미우나 고우나 농협이 제대로 일하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을 던지면 철모르는 소리 말라며 말을 잘라버립니다.

그 와중에 소리 소문도 없이 농협중앙회장이 바뀌었다지요? 식자들의 표현대로라면 농민들의 대통령이라는데 후보가 누구인지, 농협을 어쩌겠다는 것인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암요,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민주주의가 어쩌고 하더라도 농업에서만큼은 아직도 전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장에서 이렇게나 깜깜할 수가 있겠습니까?

특히 여성농민들에게 농협은 주 거래은행이나 농약방에 다름 아닙니다. 입출금 일을 보거나 공과금 납부할 때, 또는 농자재 사러 갈 때나 농협에 들리는 모양새입니다. 여성농민은 조합원이 아닌 경우가 태반이고 조합원이라 하더라도 조합운영에 대해 밝은 눈을 가지고 참여하기는 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랬다지요? 영국의 위대한 작가 세익스피어의 누이가 동생만큼 재능을 갖고 태어났더라도 국 끓이고 바느질에 집안청소 하느라고 동생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여성농민들이 농사에 있어서 최고의 실력가이면서도 농협운영에 있어서는 배제되는 모양새가 딱 그것이란 말씀이지요.

농협 조합원의 자격과 그 운영을 농가구 중심으로 하게 되면 여성농민은 배제되기 쉽습니다. 가장의 참여가 당연시되니까요. 또 아무리 조합원 자격의 문을 열어놓더라도 비싼 평균출자가 쉽지도 않고, 또 출자를 해서 조합원이 되었더라도 농협에서 여성농민을 농업의 가장 중요한 주춧돌로,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 한 허탕입니다. 농업 선진국에서는 농업정책의 대상을 가구가 아닌 농민 개인으로 분류한다지요? 농민 개개인의 영농의지가 한 나라의 농업생산에 이바지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주 생산자를 배제한 체 농협을 운영하는 허술함은 농정 자체의 허술함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농민대통령 후보 중에 여성농민 한 명 없고, 새로이 선출될 지역농협조합장에 거론되는 이 또한 그렇다는 것, 대의원에 여성농민 할당제를 지정하는 것을 미루는 일, 농협조합원 역량강화에 여성농민을 위한 고민이 기본적으로 없는 것, 여성농민을 농가주부 모임에 엮어 봉사활동과 취미활동에만 지원하는 것으로는 농협발전의 전망이 어둡디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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