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농사 최악의 기후, 30년 경력 농민도 두 손 들었다

생산량 반토막 … 등외품 ‘수두룩’
괴산 불정 콩사업 ‘비상’ … 정부수매 1월 말까지 연장

  • 입력 2016.01.08 13:51
  • 수정 2016.01.10 16:1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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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해 가뭄과 늦가을 잦은 비로 콩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량은 반토막 나고 상품성마저 떨어져 콩 주산지마다 등외품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콩 수매량의 20%를 차지하는 충북 괴산군 불정면은 올해 배정받은 정부수매물량 1,400톤의 절반을 가까스로 채울 전망이다. 불정농협 농산물종합유통센터 원준식 차장은 “예년 같으면 콩 수확이 늦어도 12월 초까지 끝이 난다. 올해 약정한 정부 수매물량은 1,400톤인데 이제(6일 현재) 700여톤 나왔다. 앞으로 더 나와 봐야 최대 800톤이 될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 수매에 나서지 않은 농가 콩이 지금까지 나온 콩보다 품질이 더 좋을 리 없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생산량이 예년의 40~50% 수준 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불정면의 경우 전국 콩 수매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콩 선진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동안 불정농협이 앞장서서 체계적 교육을 해 온 끝에 농가들의 영농기술이 높아졌다. 원 차장은 “다른 지역보다 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기술력이 뒷받침 됐다. 보통 단보(300평)당 40kg 8개 수확량이 나올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날씨가 생육호조건과 반대여서 기술력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 괴산 불정농협 원준식 차장(왼편)과 30년 농사경력의 임영택씨가 등외품을 받은 콩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괴산지역의 경우 생육 초기 비가 와서 콩이 여물어야 하는데 가뭄이 심했다. 반대로 수확기에는 건조해야 상품성 있는 콩을 수확할 텐데 11월에만 20여일 비가 왔다. 결국 땅이 질고 콩이 젖어서 수확시기가 미뤄지거나, 콩을 꺾어 말리는 과정에서 색이 변하는 등 상품성이 뚝 떨어진 것. 해가 바뀐 1월에도 지난해 심은 콩이 아직 밭에 남아 있는 집이 있을 정도로 콩 농사 최악의 해가 됐다.

불정농협의 경우 정부 수매물량을 못 채우는 것 외에 기업과의 콩 약정물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농가소득도 ‘반타작’이다. 불정농협 유통센터에서 만난 농민 임영택(55, 괴산군 불정면)씨는 “농사 30년 만에 지난해 같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임씨는 “콩이 얼마나 상태가 안 좋은지는 이거 찍어서 보여주면 된다”면서 마대자루 안에 색이 고르지 않은 콩을 꺼내 주르륵 훑어보였다. 몸이 성치 않은 이웃농가의 콩을 대신 수매하러 나왔는데 대개가 ‘등외품’이 나오게 돼 마음이 불편하던 차였다.

그는 “생산량도 줄고, 등급 손해도 크니 소득면에서 50% 이상 줄었다. 3,000평 콩 농사를 지으면 매출액이 1,000만원정도 나오는데, 올해 같은 경우 609만원 받았다. 2등급도 안 받아 볼 정도로 콩농사 이력이 붙었는데, 올해는 등급 외까지 나오니 매출액에서 40% 줄고 농사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더 늘어 결국 순소득은 절반이나 될까. 손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콩 대립종 정부수매가는 kg당 1등급 3,868원, 2등급 3,689원, 3등급 3,056원이고 등외 2,420원이며, 수매가격은 3년째 동일하다. 1등급 콩과 등급 외 콩은 40kg 한 포대에 4만원 이상 차이가 나니 매출액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인규(59, 괴산군 불정면)씨는 40kg 콩 23자루를 가져왔는데 4개가 등외품을 받았다. 시커먼 빛이 감도는 콩을 따로 마대에 담으면서 “남들에 비하면 덜 나온 편이다. 사료나 비료라도 쓸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발길을 돌렸다.

▲ 1월 말까지 늦춰진 정부 콩 수매에 맞춰 불정농협 콩 종합유통처리장에 농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정병석 사무관은 “잦은 비로 인한 농작물피해는 재해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농가에선 등외품 이하의 콩에 대해 수매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고, 대신 저율의 융자를 제시한 상태다. 괴산군에서 농가 수요조사 중이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기후에 따른 제주산 콩나물콩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수매량 확대에 이어 수매기간이 연장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4일 국비 73억원을 투입해 제주산 콩나물콩 1,751톤을 추가 수매하기로 결정했고 당초 11월 30일까지로 되어 있는 수매 기간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12월 들어서도 비가 계속되는 등 정부 수매를 위한 건조·선별 등의 작업이 늦어지면서 추가적인 수매기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 지난해 12월 31일, 콩나물 콩 및 일반 콩의 수매 기간을 모두 1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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