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2015년 우리 농촌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1980년 1,082만6,748명을 마지막으로 1,00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1995년 485만1,080명, 2000년 403만1,065명, 2010년 306만2,956명, 2014년 275만1,792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 이제 3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인구 대비 농가 인구 비중은 1995년 11%에서 2014년 5.5%까지 떨어졌다.
농촌 고령화도 심각하다. 농가 인구 중 60세 이상 비율은 1995년 26%에서 2000년 33%, 2010년 41.7%, 2014년 49.7%에 이르렀다. 농가 인구 중 절반이 60대 이상인 셈이다. 올해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6.5세로, 지난해보다 1.1세 높아졌다.
농산물 소비량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식생활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일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kg에서 2014년 65.1kg까지 떨어졌다.
과실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00년 58.4kg에서 2014년 66.5kg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를 국내 과일 소비가 증가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동기간 사과 소비량은 10.4kg에서 9.4kg으로, 배는 6.7kg에서 5.5kg으로, 포도는 10.3kg에서 6.5kg으로, 단감은 4.8kg에서 3.7kg으로 하락하는 등 대표적인 국산 과일은 소비량이 감소했다. 소비가 늘어난 품목은 복숭아, 감귤 등 단맛이 강하고 먹기 손쉬운 몇 품목에 불과하다. 결국 수입과일 소비 증가가 전체적인 과실 소비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도 2000년 165.9kg에서 2014년 178.1kg으로 늘어났다. 과일과는 반대로 이는 주요 국산 채소 소비량 증가로 인한 것이다. 배추는 동기간 39.7kg에서 58.5kg으로, 양파는 14.8kg에서 31.2kg으로, 고추는 2.5kg에서 5.1kg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소 가격 폭락은 매년 심각한 농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늘어난 소비를 뛰어넘는 공급량 때문이다. 이는 국내 수급조절 실패 탓도 있지만, 늘어나는 수입 채소 때문이기도 하다.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ASEAN, 한-EU, 한-미, 지난달 20일 한-중 FTA까지 차례로 발효된 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 시장은 수입 농산물에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다. 2004년 92억 달러였던 농축산물 수입액은 2014년 249억2,100만 달러로 37% 증가했다.
“20년 전만도 못한 쌀값.” 농민들이 올 한 해 그토록 외쳤던 말이다. 지난 20년 쌀값과 쌀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1995년 정곡 80kg 추곡수매가는 12만6,700원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산지 정곡 가격은 14만7,312원이었다. 지난 20년간 고작 1.2배 상승한 것이다. 쌀값은 물가상승률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사)한국물가정보와 통계청의 자료를 참고해 추정한 자장면 값은 1995년 1,867원, 2015년 4,074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쌀 한가마니의 가치를 계산하면, 1995년엔 쌀 한 가마니가 자장면 67그릇, 2000년 64그릇, 2005년 46그릇, 2010년 38그릇, 2015년 12월 현재 36그릇으로 점차 줄어든다. 쌀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하고, 농가 경제도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채소인 고추도 상황이 비슷하다. 건고추 주 출하시기인 9월, 건고추 양건 600g 상품 평균가격은 1995년 5,717원에서 2015년 8,542원으로 1.5배 올랐을 뿐이다.
건고추 한 근을 팔아 농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1995년 농민은 건고추 한 근을 팔아 자장면 3그릇, 라면 42개를 살 수 있었고, 기본요금 기준 택시를 5번 탈 수 있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건고추 한 근의 가치는 자장면 2그릇, 라면 13개, 택시 기본요금 이용 2회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