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직불금, 정당한 노력으로 당당하게 받자

다원적 기능 보전 선진국형 직불제
준수의무 많지만 제도 기반 견고해

  • 입력 2016.01.03 10:26
  • 수정 2016.01.03 10:2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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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직접지불(직불)제도는 정부가 생산자의 소득을 직접 보조하는 제도다. 방법이 직접적인 만큼 농가 소득보전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직불제는 선진국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명목상 농업직불금은 총 8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특수한 형태인 FTA 피해보전직불금과 영농포기를 전제로 한 경영이양직불금·폐업지원금을 제외한 5가지를 실질적인 농업직불금으로 볼 수 있다.

충남연구원(원장 강현수)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 농업직불금은 가짓수에 비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쌀 직불금은 액수가 현실적이지 않을 뿐더러 농가 간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밭 직불금은 타 직불금과의 중복수령이 불가한 한계가 있다. 친환경농업 직불금은 3~5년에 한한 지급으로 지속성이 부족하고 조건불리지역·경관보전 직불금도 관심과 인지의 미흡으로 충분한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학계에서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직불제에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농가 소득보조라는 목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퍼주기’라는 인식이 생기고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직불제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선진국들의 경우 ‘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전’에 목적을 두고 농업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농가 소득보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여론의 공감도 얻지 못한 채 ‘퍼주기’라는 인식만 재생산되고 있다. 사진은 전북 고창군의 청보리밭 풍경. 한승호 기자

선진국들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전’이라는 데 농업직불제의 목적을 맞추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하나의 예로 들수 있다. EU에도 다양한 형태의 직불제가 있지만 일단 ‘단일직불제’를 기본으로 한다. 품목이 아닌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지급함으로써 농가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작목 편중 현상을 방지한 것이다. 투자규모가 큰 과수와 축산 정도를 별도 취급한다.

주목할 점은 농가에 부과한 이행의무다. 직불금을 수령하는 농가는 환경보전·식품안전·동물복지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전을 위한 18가지 EU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 기준 달성에 따라 녹색직불(Green Payment)이라는 보조금을 별도로 지급하기도 한다.

이같은 직불제 양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최근엔 일본도 합류한 바 있다. △농가에 비교적 균등한 혜택을 제공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직불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정책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목적과 관련한 추가예산을 유치할 여지까지 생긴다는 장점이 있다. 반드시 직불금 단가가 높아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직불제에 당위성이 생기고 제도 기반이 견고해진다는 점에서 농가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이것을 당장 국내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우선 농가의 이해를 구하는 부분이다. 현행 직불금의 농가 준수사항은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느슨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농가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게 되는 만큼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더 큰 걸림돌은 선행연구의 부재다. 농업은 기후와 환경, 품종과 규모, 농촌구조 등에 따라 국가별로 천차만별의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농가에 제시할 구체적 기준인데, 우리 농업상황에 맞는 자체적인 연구가 현재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업직불제는 단순한 소득보전이 아니라 농가가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직불금은 정부가 방향성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직불제 개선에 관한 연구는커녕 의지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 직불제 개선 연구,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 농업직불금 개선에 관해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는 조직으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최세균, 농경연)과 충남연구원(원장 강현수, 충남연)이 대표적이다.

농경연은 이달 중 직불제 개선방안 연구를 포함한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농경연은 우선 품목별 직불금 형평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 직불금은 예산을 쌀 직불금에 편중하고 있어 밭작물에도 균형있게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게 평가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행연구 부족으로 구체적 농가 준수사항을 마련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FTA 직불제는 단기적으로 수입으로 인한 직접피해만을 보전하고 있으므로, 일반직불제에서 그 간접피해까지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농가소득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 여기에 대해선 오내원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한편 충남연의 강마야·이관률 연구원은 직불제의 공익적 기능과 다원적 가치 보전 기능에 보다 집중해 큰 틀에서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충남연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기사로 링크한 기고글에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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