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직불제의 전면 개편·확대가 답이다

  • 입력 2016.01.03 10:24
  • 수정 2016.01.03 10:25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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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병신년의 새해가 밝았다. 병신년에 우리농업이 병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농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백남기 회장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마치 우리농업의 현주소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쌀값 하락은 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쌀값이 하락하면 농민들은 타 작물로 생산을 전환하게 되고, 그 작물은 과잉 생산되어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한-칠레 FTA 발효 후 폐업지원금 때문에 복숭아 등 과일가격이 폭락한 사례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FTA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직불제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농업직불제를 전면 개편하고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직불금은 8가지나 되고 품목별 또는 안건별로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직불제의 목표와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다. 또 직불금 지불의 비지속성, 수혜의 비형평성 등 때문에 땜질식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8가지 직불금의 지급계획을 건별로 발표하는 바람에 국민들은 농민에게 많은 금액이 지불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실상은 연간 농가호당 평균 직불금액은 170만 원도 안 된다. 또 중복 수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농민이 받을 수 있는 직불금은 최대 2개에 불과하다.

농업직불제를 농업, 환경, 농촌 등 3가지 측면에 대한 보상으로 집약 개편해야 한다. 우선 기본관점을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에 두어야 한다. 이 기본관점 하에서 3가지 측면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즉, 식량안보 기능에 대한 보상(농업), 환경보전 기능에 대한 보상(환경), 농촌사회의 유지 보전 기능에 대한 보상(농촌) 등이다. 이 같은 농업직불제 개편방안은 2014년도에 이미 충청남도가 충남연구원에 위탁하여 연구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량안보기능에 대한 보상이다. 목표는 식량안보를 위한 식량자급률 제고와 후계인력의 육성을 근거로 한다. 이를 위해 농업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신규인력을 유입해야 한다. 스위스에는 식량안보 직불이 있고, EU와 일본에는 각각 청년농업인지원제도와 청년취농인에 대한 월급제가 있다. 농업인력의 고령화와 후계인력 확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인 것이다.

둘째, 환경보전기능에 대한 보상이다. 목표는 자연환경과 농촌경관의 보전 관리에 있으며, 농업생태계의 유지와 지역경관의 보전을 근거로 한다. 토양과 수질의 개선 등 환경을 개선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하며, 지역별로 특징적인 경관을 조성하는 역할에 대한 보상이다. 국민에게 쾌적한 농촌경관을 제공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일본에는 산림관리 환경보전 직불이 있고 EU는 녹색직불, 스위스는 농업경관 및 경관의 질 직불 등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농촌사회의 유지 보전기능에 대한 보상이다. 목표는 활력 있는 농촌지역의 조성 유지에 있으며, 지역균형발전과 농촌의 삶의 질 향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농촌지역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과 각종 시설 및 기반의 관리, 농촌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돌봄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를 농촌주민이 스스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아일랜드의 농촌사회보장제도나 일본의 다면적 기능 직불 등을 참고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직불제는 정부와 농가 간 상호 의무조건의 준수를 전제로 한다. 직불제를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직불금 재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 직불금은 농가소득의 4% 정도밖에 안 된다. 주요국의 농가소득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일본은 11%, EU는 32%, 스위스는 6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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