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 한우] 소 값의 팔할이 사료값으로 나간다

호전된 가격에도 사료부담 깊은 한숨

  • 입력 2016.01.03 10:22
  • 수정 2017.09.27 16:2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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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소 값이 좋다. 최근 kg당 거세우 평균 지육가격은 1만7,000원대. 1만원대 초반을 전전하던 2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마침내 한우농가에도 볕들 날이 찾아왔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 값이 좋아 봐야 낼 소가 없는데예. 요새 한우 농가가 마, 다 그렇심더.” 신영만(47)씨는 경남 밀양에서 한우 100마리를 일관사육하고 있다. 지난해 그가 출하한 소는 20마리. 그나마 2년여 전 수송아지 출산이 적어 비육우 출하는 5마리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경산우다. 출하를 통해 얻은 조수입은 총 1억1,500만원이다.

생산비를 따져 보자. 지난 한 해 인공수정 비용, 약품·톱밥 값을 통틀어 800만원이 들어갔다. 축사 대출금 상환도 생산비로 친다면 800만원을 더 추가한다. 남은 건 9,900만원. 여기서, 대망의 사료비는? 9,600만원이다. 겨우 300만원이 순수익으로 남는다. 축산농가가 사료값에 민감한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10년 전에 포당 6,000~7,000원 하던 사료값이 지금 다 1만원 넘는다 아입니꺼. 사료값 안 낮차 주면 이제 축 못 합니데이.”

 

▲ 소 값은 좋지만 출하할 소는 부족하고 사료값 부담은 여전히 무겁다. 경남 밀양의 신영만씨가 축사에서 소를 쓰다듬고 있다.


물론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요즘은 매스컴마다 획기적인 고등급 출현율을 자랑하는 농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하지만 평범한 중소농가에겐 이 또한 먼 얘기다. 수백 두 규모 전업농가에 비해 정보도 느릴 뿐더러 우량 정액을 받기도 쉽지 않다. “좋은 정액은 한 번 추첨할 때 5개씩 뿐이 안주거든예. 6개월 동안 신청했는데 한 번도 당첨이 안 됐다 아입니꺼. 받는다 캐도, 개량효과 나오려면 10년은 걸리지예.”

신씨 같은 평범한 중소농의 경우 거세우 등급은 대부분 1등급을 받는다. 최근 시세로 쳐서 사료값을 제한 수익이 마리당 200만원 이내며 가격 등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도 중소농들이다. 그는 900평 하우스고추(풋고추)가 없었다면 진작에 축사를 접었으리라고 말한다. 한창 소 값이 저조할 때 고추농사로 번 돈을 축사에 쏟아붓는 식이었고 지난해도 ‘본전치기’에 그친 소 대신 고추로 수익을 올렸다.

“작년엔 그래도 좀 괜찮았심더.” 신씨의 지난해 농사 평가는 ‘양호’다. 소 값도 많이 올라온데다 고추 값도 상당히 좋았다. 소 값은 2018년까지도 평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앞으로의 희망도 있다. 단, 여기엔 아내인 박남숙(45)씨의 푸념 한 마디가 붙는다. “근데 우리 통장에 우째 돈은 하나도 안 남던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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