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 쌀] 쌀 값 폭락에 우는 농가, 벌어서 남는 것은 ‘0원’

2만4,000평 쌀 농사 조수입 약 1억1,000만원 부채 상환·가계 지출 빼면 없어

  • 입력 2016.01.03 03:49
  • 수정 2016.01.03 04:02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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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팔지 못한 벼가 창고에 남아있다.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충남 서천군 서천읍에서 쌀 2만4,000평 농사를 짓고 있는 한병우(54)씨는 쌀값이 폭락한 탓에 올해 쌀 한 가마(80kg)당 12만5,000원밖에 받지 못했다. 600가마를 수확해 번 수입은 총 7,500만원. 2014년보다 수입이 1,200만원이 줄었다.

정부는 쌀값 보전 정책의 일환으로 쌀 농가들에게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씨도 올해 직불금으로 1,500만원을 받았다. 1만6,000평을 친환경농법으로 짓기 때문에 경관직불금을 포함해서 받고 있다. 다만 한씨는 “1,200평당 쌀 40kg이 80개가 나오는데 직불금은 40개를 기준으로 직불금을 책정한다. 별로 큰 혜택은 아니다”라며 직불금이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한다고 말했다.

쌀 값 하락으로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생산비 부담은 커져가고 있다. 한씨는 2만4,000평의 논 모두 임차료를 내야 한다. 그 중 2,000평은 1:1 계약으로 임차료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농지은행으로, 매년 2,500만원의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다.

생산비에서 농기계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농기계는 농가 부채를 양산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한씨가 연간 갚아나가는 농기계 대출금은 3.000만원이다. 농기계에 드는 유류비와 수리비도 각각 800만원, 1,000만원이 나간다. 한씨는 “2~3년 사이에 농기계 구입으로 1억원이 넘게 들었는데 해마다 벌어서 갚아야 하는 게 쳇바퀴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한씨는 보유한 농기계를 놀릴 수 없으니 농작업대행을 통해 추가수입을 얻고 있다. 지난해엔 10농가 정도의 농작업을 도와 2,000만원을 벌었다.

농자재비의 경우 일반 논에만 약 700만원이 든다. 다만 친환경 벼의 경우엔 서천군이 지역 친환경 쌀 브랜드 ‘서래야’를 육성하면서 친환경 벼 농가에 농자재비를 전면지원하고 있다.

가계 지출도 만만찮다. 대학생 자녀 2명의 학비로 연간 2,000만원이 들어가고 있다. 또 연간 1,200만원 정도가 식비 등 생활비로 지출된다. 한 씨의 수입 1억1,000만원에서 영농생산비, 가계지출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그나마 한씨의 부인이 3년 전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는 월급이 한씨 가족의 순수익이다.

쌀값이 떨어지면 쌀 농가들이 부채의 악순환을 벗어나기는 더욱 힘들어 진다. 무엇보다 한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벼가 안 팔리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은 늘어만 가고 내년 쌀농사가 더 걱정이다”라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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