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 양채류]가격 좋아야 본전농사, 가격 나쁘면 적자농사

제주땅값 급등·농지 임차료도 ‘들썩’ … 항공운송료 부담도 커

  • 입력 2016.01.02 15:26
  • 수정 2016.01.02 16:0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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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해 뜨기 전에 밭에 나왔다는 제주 한림읍 농민 김창준씨는 며칠 반짝한 날씨에 농사일도 서둘러야 했다. 지난해 11월, 8월 장마 때만큼 내린 비가 제주 농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늦어도 12월 초면 다 끝냈을 보리 파종을 아직까지(12월 28일 현재) 마무리 하지 못했으니 이만저만 늦은 게 아니다.

“사흘 중 이틀은 비가 왔다. 날씨가 푹하니까 월동채소, 양채류 수확이 한 달은 더 당겨졌다. 브로콜리도 벌써 수확이 다 끝났다. 시장에 낼 게 별로 없어서 큰일이다.”

▲ 제주 한림읍에서 양채류 농사를 짓는 김창준 씨는 지난해 11월 비가 많이 온 탓에 올해 농사가 적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991년부터 한우를 키우며 복합영농을 하던 김씨는 2000년도부터 양채류 농사로 방향을 돌렸다. 복합영농으로는 아무리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은 탓.

김씨가 하는 농사는 크게 1만2,000평에 기장과 양채류를 이어짓고, 1만평에는 전작으로 보리, 후작으로 콩을 한다. 소득 계산을 하자니, “2014년은 양채류 특수의 해”라는 말을 몇 번 강조했다. 2015년 상황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빨간양배추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5년 메르스 때문에 농산물 소비가 줄었다고 하지만 ‘효과 좋다’는 입소문 탓에 빨간양배추를 찾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양채류는 종자값이 비싼편이라 생육 초반에 평당 3~4,000원의 생산비가 들어간다. 콜라비 같은 경우 한봉지에 7만5,000원. 여기에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상 운송료가 덧붙여져 여차하면 적자농사를 보기 일쑤다.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는 김씨의 2014년 농업소득은 생산비를 제외하고 7,000여 만원이다. 여기에 대학생과 중학생 아들의 학비를 제외한 순수 생활비가 1년에 3,000여 만원. 트랙터를 소유해 작업비는 별도로 들어가지 않지만 1,200리터의 면세유는 알뜰히 소진한다. 제주 대정농협의 면세유 값은 12월 말 기준 리터당 555원. 이를 따져보면 기름값에 660만원이 든다. 임차료는 매년 근심덩어리다. 농사짓기 어려운 땅은 평당 5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좀 낫다 싶은 곳은 700~1,000원을 호가한다. 100% 임차농지에 들어가는 비용만 1,900만원. 직불금에 대해선 “농민들이 직불금 100%를 받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채류 특수의 해, 김씨의 순수한 소득은 1,960만원. 월급으로 계산하면 163만원이다.
2015년 제주의 겨울농사는 ‘흉년’이다. 김씨의 아내는 “올해는 3,000만원 마이너스 통장이나 받아야 영농자금 대출을 갚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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