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농정 주요뉴스] “쌀값 폭락, 정부가 자초한 일”

관세화 원년 ‘무대책’·수확기 대책 ‘늑장’·추가격리 대신 ‘3만톤 밥쌀 수입’
80kg 한 가마에 14만원대, 지역에 따라 11만원까지 ‘폭락’

  • 입력 2015.12.26 14:49
  • 수정 2015.12.26 15:0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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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 지난 5월 21일 서울역에서 열린 '밥쌀용 쌀 수입 규탄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모판을 들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까지 행진을 하려다 청사 앞에서 막히자 항의의 의미로 내려놓은 모판이 경찰 앞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한승호 기자

‘쌀관세화 원년’으로 출발한 2015년은 쌀정책의 무기력·무능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해다. “20년 관세화 유예 때문에 밥쌀 수입량이 늘었다”고 ‘일부 농민단체의 반발’을 지적하며 40만8,700톤 TRQ 수입쌀 도입의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던 정부는, 쌀개방 선언에만 급급했을 뿐 80kg 쌀 한 가마가 14만원대로 폭락하는 데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추가격리 소식을 기다리던 농민들에게 ‘추가 밥쌀 수입’이란 강펀치까지 날리는 세밑. 수많은 백남기 농민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쌀 관세화 원년, 쌀값 못 잡고 농민만 잡아

통계청 산지쌀값에 따르면 지난 15일 80kg 한 가마에 14만7,816원으로, 지난 11월 25일 이후 1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통계청은 매월 5일, 15일, 25일을 기점으로 전국 RPC 판매가격을 조사해 평균가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쌀값하락은 연초부터 우려돼 왔던 문제다. 지난 2004년 의무수입물량이 두 배로 늘어난 관세화 추가 유예 확정 이후에 시중 쌀값은 폭락한 바 있다. 심리적 부담이 시장에 작용한 것이다. 이번엔 관세화 유예보다 파급력이 더 큰 쌀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을 농업계는 예견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없었다.

지난해 수확기인 10월 이후 한 번의 반등도 없이 계속 하락하던 쌀값은 2월 15일 80kg 한 가마에 16만1,628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도 전조증상은 두드러졌다. 추석 명절 시장에 나올 조생종 40kg 벼 값이 지난해에 비해 1만5,000원이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고광길 나주시농민회장은 “지난해 6만4,000원에 비하면 1만5,000원이나 떨어지니 농민들이 환장할 노릇”이라며 혀를 찼다. 조생종벼 값은 수확기 쌀값 시세에도 영향을 주는 탓에 ‘선제적 조치’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올해 신곡 생산량은 423만7,000톤. 농식품부가 신곡수요량으로 밝힌 397만톤을 초과하는 물량 약 35만 7,000톤 중 20만톤만 정부가 감당했을 뿐, 나머지 16만톤에 대해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추가격리, 재고쌀 대책 어느 것 하나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80kg 산지쌀값은 정확히 1년 전 16만4,200원(2014년 12월 15일 기준)에서 올해 14만7,816원으로 1만6,000원가량 하락했다. 지역에 따라 벼 40kg에 4만3,000~4,000원 선으로 거래되는 곳도 있어, 80kg 쌀값으로 11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생산비 상승까지 감안하면 농민들의 실질 소득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쌀값 하락에도 밥쌀 수입이 여전히 강행 되고 있다는 점은 현장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3만톤의 수입 밥쌀을 낙찰시킨 농식품부는 지난 22일 3만톤 추가 밥쌀 수입을 발표했다.

이효신 (사)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국내 쌀이 남고 가격이 폭락하는데 밥쌀을 또 수입한다는 것은 농민보고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제 농민 박흥식씨는 “재고량이든 신곡이든 시중에 쌀이 넘치기 때문에 민간RPC들이 쌀을 사갈 생각을 안 한다. 아직 나락도 다 못 내고 애태우는 농민들도 많다. 이런 판국에 밥쌀 수입을 강행하는 정부는 기본적인 도리도 내팽개친 것”이라며 “쌀값이 형편없다 보니 연말 대출상환 고지서에 농민들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농약, 비료, 농기계, 기름값 등 외상대금 청구서에 영농자금 상환, 내년 농사지을 농지 임차료 지급까지 빚을 막기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안에 16만톤의 추가격리로 숨통이 트일까, 학수고대 하던 농민들의 낭패감은 깊어지는 가운데 밥쌀 수입 반대를 외치다 공권력의 살인진압에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대학로 서울대병원 농성장에는 농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쌀직불금 논란 “쌀값 아닌 벼값으로 계산하라”

작년대비 쌀값 7% 하락 … 벼값은 16% 하락

정부가 발표하는 쌀직불금의 농가소득 효과에 제동이 걸렸다. 목표가격(18만8,800원)의 97% 이상을 지원해 농가소득을 지지하고 있다는 농식품부의 오랜 주장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산지쌀값은 농민과는 상관없다며 벼값에 대한 지역별 조사를 통한 쌀값의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쌀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 토론회에서 김제 쌀 생산농가 서창배씨는 현행 변동직불금의 문제점에 대해 “현지 거래가격은 나락값이다. 지역마다 가격차이가 큰데, 특히 쌀가격 보다 나락값의 하락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계산대로 했을 때와 실제 벼값으로 계산했을 때 변동직불금으로 보전 받지 못하는 금액은 1필지(1,200평)당 3만1,000원 가량이며, 실제 벼 농사규모인 15.2ha 기준을 보면 2,984만원 손해라고 밝혔다.

당시 서씨는 “현재 쌀가격은 작년대비 7% 하락했으나, 나락가격은 16% 하락했다. 이는 유통가공업자의 수익은 증대하고 그 폭 만큼 농민들은 변동직불금을 적게 받아 수익이 감소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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