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12월 창궐한 구제역이 올해 상반기까지 양돈농가를 강타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역시 2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구제역의 경우 AI와는 달리 백신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정부의 과실로 인해 불필요한 피해를 늘린 아픔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던 ‘O manisa’ 백신주는 현장에서 물백신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고 국제표준연구소에서 “국내 유행주와 맞지 않다”는 소견까지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현 백신으로 충분히 방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 계속해서 농가의 접종 미숙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농식품부도 결국 한 걸음 물러나기에 이른다. 구제역이 창궐한 지 2개월여가 흐른 지난 2월, 농식품부는 새로운 유형의 백신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요구한 ‘국내 맞춤형 백신’ 생산은 끝내 지지부진했지만 새 백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 가운데 기온 상승과 함께 구제역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4월 29일까지 피해규모는 총 33개 시군 185농가(돼지 180, 소 5)며 살처분 두수는 12만1,619두다. 농식품부가 무모한 고집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좀더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
구제역 사태가 끝난 후 농식품부는 자체감사를 단행, 방역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다. 백신 선정과 검정, 항체형성률 기준 과태료 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관련 고위공무원 5명을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들은 당초 예상보다 가벼운 1개월 감봉 또는 견책 처분을 받았고 다만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여론을 의식해 결국 경질했다.
감사 이후 백신을 중심으로 총체적인 방역의 틀을 재정비했지만 미흡한 부분은 남았다. 구제역 창궐 원인으로는 여전히 국내 변이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고 방역정보의 투명성을 담보할 시스템은 확보하지 못했다. 사실 여하에 따라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백신 공급업체 독점구조와 정부 유착 의혹은 충분한 조사 없이 단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미봉한 수준이며 스스로 부당하다고 인정한 농가 과태료에 대해선 사과조차 없었다.
최근 농민들의 거센 지탄을 받은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는 지난 22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함으로써 적용을 확정했다. 일정기간 동안 1회 발생 시 20%, 2회 40%, 3회 70%, 4회 100%의 보상금을 삭감하는 내용으로, 다만 기준 기간을 당초 예고했던 5년에서 2년으로 축소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오는 29~30일 중 새로운 구제역 상시백신주를 선정·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