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지주-회원농협 도매유통 경합, 두고만 볼건가

대구·창원 등 공판장 경합관계 … 권역별 물류센터 사업도 겹쳐
사업체인 경제지주가 회원농협 공판사업 지도·지원 업무보는 총체적 난맥상
현장 비판 따가운데도 농식품부·경제지주 “경합 아니다” 우기

  • 입력 2015.12.20 02:14
  • 수정 2015.12.20 17:3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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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산물 도매유통 사업 분야에서 농협경제지주와 회원농협 간 사업경합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판장을 운영하는 회원농협들은 기존 경제지주 공판장에 권역별 물류센터까지 경쟁에 나서 소속 중도매인들이 판로를 못 찾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는 경합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창원원예농협(조합장 배성용)은 경남 창원시 내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공판장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창원시에 있는 팔용 농산물도매시장엔 농협경제지주 공판장이 있다. 두 공판장 사이의 거리는 불과 15㎞ 남짓이다.

배성용 창원원협 조합장은 “경제지주 사업 때문에 지역농협이 설 자리가 없다”며 “회원농협은 자금능력이 부족한데다 일반청과법인과 비교해 자금운용을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없어지던가 경제지주가 없어지던가 한쪽으로 몰아야 서로가 산다”고 호소했다. 배 조합장은 “중앙회가 우릴 감사하듯 우리도 경제지주의 경제사업장을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원농협과 중복되는 사업장부터 우선적으로 공판장 운영 경험이 쌓여있는 회원농협에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경제지주의 권역별 농산물 물류센터 사업도 품목농협 공판장과 사업영역이 겹친다. 특히 영남권은 올해 밀양 물류센터가 들어서며 사업경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용찬 창원원협 공판장 지점장은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회원농협의 역할이 완전히 빠진 게 아닌가 싶다. 회원농협을 위한 정책은 찾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 지점장은 “산지에서 품질이 높으면 물류센터로 보내고 낮으면 공판장으로 보내니 문제다”라며 “거래처에서 거래 상대로 개인 중도매인과 물류센터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농민들에게 득이 되면 나무라기만 할 순 없지만 중앙회가 산지유통에 손을 대면서 유통구조가 더 늘어나고 있다. 예로 들면 시군연합사업단이 농민들에게 득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현승 창원원협 공판장 중도매인 총무는 “농협 매장은 거의 경제지주 공판장이 독식하고 있다”며 “역량있는 중도매인들이 많은데 회원농협 소속이라 중앙회 소속에 밀리는 추세다”라고 탄식했다.

같은 도매시장에서 농협끼리 20년 경합
거래물량 역전·거래금액 격차는 더 뚜렷

대구시 북부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회원농협인 대구경북원예농협 공판장과 경제지주 공판장이 같은 시장 내에서 마주보고 들어서 있다. 경제지주 공판장이 북부시장에 먼저 들어섰지만 대구경북원협은 공판사업을 1953년부터 시작했다.

김상민 대구경북원협 감사는 “같은 시장에서 농협끼리 경쟁하니 걱정이 많다”라며 “인지도와 규모상 경제지주와 원협의 차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만큼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김 감사는 “원협은 농산물 손실보전을 많이 할 수가 없다. 살림이 빠듯하니 감사로서 경영상 줄이라고 잔소리를 해야하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농수산물도매시장통계연보를 보면 해가 지날수록 경제지주 공판장과 비교해 대구경북원협 공판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대구경북원협은 2009년 거래물량은 7만1,385톤이었으나 2013년 4만3,119톤까지 감소했고 지난해엔 4만8,020톤에 그쳤다. 경제지주 소속 북대구공판장은 2009년 거래물량이 5만6,095톤이었지만 2013년 5만395톤을 기록해 대구경북원협을 제쳤으며 지난해엔 6만3,529톤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거래금액을 비교하면 대구경북원협이 2009년 399억원, 지난해 428억원에 그친 반면 북대구공판장은 2009년 741억원에서 지난해 1,036억원으로 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 지난 14일 대구시 북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 있는 대구경북원예농협 공판장에서 농산물 경매가 열리고 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경매는 양파를 제외한 채소 품목 전부를 다뤘으나 1시간도 채 안 돼 끝날 정도로 경매물량은 적었다.

더 큰 문제는 경제지주가 회원농협 공판장 지도·지원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경제지주로 공판사업이 이전하면서 농산물도매분사 내 공판지원부는 12개 경제지주 공판장 사업을 관리하고 공판마케팅부가 회원농협 공판장 지도·지원을 맡아 자금지원과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체가 수익사업이 아닌 지도·지원 업무를 맡은데다 회원농협이 경제사업에서 경합관계로 보는 경제지주가 칼자루마저 쥐고 있는 셈이다.

허민 대구경북원협 중도매인은 “경제지주 직원이나 경제지주 공판장 직원이나 같은 소속 아니냐”라며 “경제지주끼리 결속이 없다하면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익명의 한 지역원협 관계자 역시 “칼자루 가진 사람들에게 이뻐보이진 않을 것 아닌가. 자금지원에 형평성이 있겠냐”고 비판했다.

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분사의 한 관계자는 “(회원농협 공판장 지도·지원 업무 이관은)바보같은 짓이었다”라면서도 “사업 이전은 해야하는데 중앙회에 공판장 사업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할 수 없이 경제지주가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식품부와 경제지주는 이같은 난맥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송인달 농식품부 농협경제지원팀 사무관은 “대구 북부시장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대부분은 시장이 분할돼 있다”라며 “회원조합이 농협중앙회의 주인이니 문제가 심각하면 시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지금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하는 걸로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류센터는 다품종을 소포장해 대규모로 납품하기에 우려하는 것처럼 경합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분사 공판지원부 관계자는 “경합으로 보지 않는다. 외려 서로 사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며 회원농협은 자기 조합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경제지주 공판장은 모든 조합에 혜택을 많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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