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김장은 제2의 식량, 배추는 어디서 오나

  • 입력 2015.12.13 00:49
  • 수정 2016.07.25 21:17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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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집집마다 김장이 거의 다 끝났다. 비록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김치는 밥상의 또 다른 주인으로서 쌀과 더불어 오랜 시간동안 우리 밥상의 양대 산맥을 이루어왔다. 어떻게 보면 김장은 겨울나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에서도 김장을 제2의 식량으로 부를 만큼 가장 중요한 먹거리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남측과 마찬가지로 북측의 주곡은 쌀이다. 그런데 쌀을 완전히 자급하기에는 논이 부족한 불리한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어서, 이를 보완할 식량으로 옥수수가 중요시되고 있고, 최근에는 감자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간지형이 대부분이어서 쌀 생산에 불리한 여건을 갖고 있는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에서는 옥수수와 감자가 쌀과 더불어 주요 식량으로 소비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측은 지역단위 식량자급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식량작물 역시 지역내 생산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역내 생산만으로 지역내 소비를 완전히 충족할 수 없어서 남거나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수매와 분배를 통해 유통시키는 공적 분배시스템(PDS)을 전국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쌀을 포함하여 옥수수, 감자 등과 같은 식량작물이 전국단위 분배망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농산물이다. 최근에는 공적 분배시스템 외에 종합시장과 식량상점을 통한 판매 및 구매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전국적인 분배망이라고는 하지만 지역내 소비를 충당하고 남는 식량을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산량 대비 유통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식량을 포함하여 농산물의 물류유통시스템 또한 매우 제한적인 기능 정도만 수행하고 있다. 특히 배추, 무, 고추, 마늘 등과 같은 김장 채소류와 양념 채소류의 경우에는 전국적인 분배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장을 담그는데 필요한 배추, 무, 고추, 마늘 등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채소류의 대부분은 지역내 생산을 통해 조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참고로 북측에서는 채소를 남새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식량작물은 남측의 중앙부처에 해당하는 수매양정성이 수매 및 분배를 담당하고 있지만 채소류는 시군 단위 인민위원회가 수매 및 분배를 담당하고 있다.

인민위원회가 자기 지역내 김장 채소류 및 양념 채소류의 소비량을 파악하여 인근 협동농장과 사전에 수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필요한 물량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남측으로 비유하자면 계약재배와 같은 방식이다. 협동농장은 인민위원회와 수매계약을 체결한 물량을 고려하여 사전에 재배면적을 결정한 후 파종에 들어간다.

협동농장 내에는 채소류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남새 작업반이 별도로 조직되어 있는데, 대체로 하나의 협동농장에는 하나의 남새 작업반이 있지만 채소류 재배면적이 넓은 농장의 경우에는 두 개 이상의 남새 작업반이 있는 경우도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남새 작업반은 그 재배면적에 따라 여러 개의 분조로 구성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채소류를 생산하는 농사를 짓는 것은 분조 단위로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작업반 단위로 정산이 이루어졌지만 분조관리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분조 단위로 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더 많은 생산량을 기록한 분조일수록 더 많은 소득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정산 단위를 소규모화한 것이다. 최근 포전담당제가 확대되면서 분조의 규모가 더욱 작아져서 일부 지역에서는 한 가족이 분조를 구성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외부에서 가족영농제도라고 부르는 형태가 바로 이것에 해당한다.

분조-작업반-협동농장은 사전에 수매계약이 체결된 물량에 대해서는 인민위원회에 양도를 하고, 나머지 추가 생산물량은 자체적으로 처분할 수 있어서 추가 생산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인민위원회와 수매계약을 체결한 것 보다 더 많이 생산된 추가 생산물량은 인근 상점에서 별도로 판매 및 구매가 이루어진다. 이 상점들은 협동농장이 운영하는 상점도 있고, 인민위원회 산하 상업국이 운영하는 상점도 있다. 또 일부 채소류 물량은 소위 ‘장마당’이라 불리는 농민시장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채소류의 경우 저장 및 보관 시설이 여의치 않아 오래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민시장 보다는 상점에서 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편이다.

북측에서는 김장을 담그는 것이 개별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마을 혹은 동네별로 함께 김장을 담그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흔히 말하는 김장공동체의 전통문화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겨울나기의 시작으로 김장을 담그는 것은 남북 모두 공통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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