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재활용품 분리수거 날의 소요

  • 입력 2015.12.13 00:46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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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우리 마을 부녀회에서는 1년에 네 번 가량 재활용품 분리수거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분리수거가 있는 날은 며칠 전부터 아침방송으로 공지를 합니다. 모날 모시에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므로 부녀회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하라고 거듭 안내하는 것이지요. 농번기를 피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 농사일이나 집안일이 얼마나 많으며, 하다못해 병원을 가더라도 빈둥거리며 공동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 바쁜 일을 뒤로하고 분리수거에 참석하자니 부녀회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입니다.

재활용되지 못할 생활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회관 앞에 내라고 매번 안내해도 분리수거하는 날 회관마당에 쌓인 물품 중 상당수는 분류기준에 부적합한 쓰레기들입니다. 그러다보니 부녀회원들이 무슨 쓰레기 처리반이냐며 원성을 높입니다. 그러니 분리수거하는 날이면 여기저기서 누가 이런 쓰레기를 재활용품에 냈냐고 추궁을 합니다. 사뭇 분위기가 험해지기도 하지요.

모든 부녀회원들은 다 참석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참여가 어려운 회원이 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 직장에 다니는 사람, 갑자기 어디를 방문한다든지 해서 매번 전원참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즐기는 일이라면야 빠지는 이에 대해서도 그닥 신경쓰지 않을 것을, 힘들기도 하고 꼭 내 일인 것만은 아니라고 느끼다보니 말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회원들의 불참이 잦아지자 이번에는 분리수거에 불참할 경우에는 5천원의 벌금을 매기자고도 합니다. 한마디로 재활용품 분리수거하는 날의 마을회관은 그야말로 온갖 재활용품과 분리되지 않는 쓰레기들,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분주한 손놀림으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사실 예전에는 산골짝 구석진 곳에 가 보면 예사로 무더기 무더기 버려지던 쓰레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사용 비닐도 재활용품으로 수거되고 웬만한 재활용품 쓰레기들은 분리수거하다보니 농촌 구석구석이 깨끗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 절정을 이루는 시절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태우거나 하지 않고 분리수거함으로써 지구의 온도를 식히는 일에 작지만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값진 활동인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때때로 부녀회원들에게 반목과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백번 이해는 갑니다. 그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꼭 참여해야 하는 문제, 플라스틱과 페트를 엄밀히 구분해야하는 까다로움, 마을주민들의 비협조로 쓰레기인지 재활용품인지 구분이 안 가는 배출 등의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어려움이 보람으로 바뀌는 데는 딱 한 가지 공정이 필요한 듯싶습니다. 부녀회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 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누군가는 얘기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약간 고답적으로 이른바 경진대회의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1톤 화물차 2대분의 재활용품에 대한 대가가 고작 2만원 정도이고, 이를 마을의 가구 수를 고려하여 연말에 면 부녀회에서 시상을 하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환경의식을 전환시키는 방식의 교육도 겸하고, 아무리 바빠도 담당공무원이나 단체장들이 마을별로 다니며 당신들의 수고가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고 치하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12월 기온 치고는 높아도 한참은 높고, 게다가 매주 반복되는 겨울비로 월동작물들의 피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이 너무 많고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책회의를 한다고 부산을 떤다만 속 시원한 해결책은 못 내놓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농촌마을에서 부녀회원들이 분리수거를 하는 곱디고운 모습이 참으로 훌륭하지요. 다만 부녀회의 경진대회 방식으로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실시하는 모습이라니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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