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피해대책, 축산은 어디갔나

한-중 FTA 때 다시 논의한다더니 …
FTA 직불금 몇천원 올리고 ‘생색’

  • 입력 2015.12.13 00:41
  • 수정 2015.12.13 00:4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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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들로부터 졸속 부실대책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한-중 FTA 피해대책은 특히 축산분야 대책을 누락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FTA 피해보전직불금 보전율을 소폭 상향했지만 효과가 미미한 개선으로 결국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채소작물에 특화된 한-중 FTA의 특성상 대책은 자연히 경종농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산업에 최대 피해를 안겨줄 영연방 3개국(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FTA의 대책을 돌이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영연방 FTA 여·야·정 협의체는 축산업 피해대책을 마련하면서 △피해보전직불제 개선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등 핵심대책을 ‘한-중 FTA 대책 마련 시 다시 논의한다’고 최종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는 이 두 안건과 관련해 △피해보전직불금 보전율 상향(90%→95%) △농어업 상생협력사업기금 조성(10년간 1조원)이라는 대책을 확정했다.

▲ 축산단체들은 국회와 정부가 지난해 FTA 축산업 보호 핵심대책을 ‘한-중 FTA 대책마련 시’로 미뤄 놓고 결국 졸속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축산단체들이 지난달 한-중 FTA 비준 반대 농성장 앞에 전시했던 가축의 영정.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경종농가에 비해 경제규모가 큰 축산농가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정책이다. 그러나 겨우 5%의 보전율 상향은 ‘개선’이라 하기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한우송아지 직불금을 예로 들면 90%의 보전율(기준가격과 당해가격 차액의 90%만을 보전)을 적용해 마리당 5만7,343원의 지급단가를 책정했는데, 이번 개선에 따라 보전율 95%를 적용하면 6만529원이 된다. 차이는 고작 3,000원이다.

농가가 꼽는 실질적인 FTA 직불금 개선책은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수입기여도 폐지’다. 수입기여도를 폐지한다 가정하면 2013년 한우송아지 직불금 지급단가는 보전율을 90%로 그대로 두더라도 44만4,519원으로 8배가량이나 뛰게 된다. 현재 FTA 직불금은 수입기여도의 법률적 근거가 불명확한 문제와 더불어 젖소·육계·육우송아지 등에서 직불금 수령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 개선은 없었다.

심지어 95%의 보전율은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도 퇴보한 수준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동필 장관은 “보전율을 100%로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으며, 농식품부가 지난해 7월 15일 입법예고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도 FTA 직불금 보전율을 100%로 올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는 당시 영연방 FTA 여·야·정 협의체에서의 논의를 이유로 이 법률개정안을 철회했다.

▲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단가는 보전율보다 수입기여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축산분야 직불금 중 수입기여도 영향이 가장 컸던 2013년 한우송아지 직불금을 예시로 사용했다.

영연방 FTA의 또 다른 핵심대책인 ‘무역이득공유제’와 관련해선 한-중 FTA 대책에서 ‘농어업 상생협력사업기금’이라는 대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자발적 기부금이라는 불확실한 방법으로 기금을 조성한다는 점 △농민조직인 농협의 기부금을 피해대책 재원으로 한다는 점 △추진사업이 농어촌 복지사업에 불과한 점 △실제 사용액수는 훨씬 적을 것이라는 점 등에서 벌써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영연방 3개국과의 FTA 당시 축산농민들은 총궐기대회와 단식농성을 통해 축산업 보호대책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그 중 핵심대책을 한-중 FTA 때까지 미뤄 뒀고, 1년이 지나서 내 놓은 최종 결과는 농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농민들은 축산업 보호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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