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우고기 수출, 서두르지 말고 조심조심”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 입력 2015.12.13 00:2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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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19일 홍콩 정부가 8개월간의 절차 끝에 한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다. 한우고기가 드디어 해외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로선 ‘잘 됐다’는 기대감 한 켠으로 ‘과연 잘 될까’라는 회의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병오 교수는 농촌진흥청이 창립한 ‘한우수출연구 전문가포럼’ 대표로서 그 동안 한우고기 수출 논의의 중심에 서 왔던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서 한우고기 수출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1년 반 가까이 한우수출포럼을 이끌어 오고 있다. 한우고기 수출은 어떤 점에서 주목하고 있나.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로 한우고기가 국제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품질이나 위생관리, 서비스 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쇠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한우의 위상과 자존심 문제와도 연결된다. 둘째는 수급조절이다. 지금 한우시장은 한정된 시장이라 가격이 떨어지면 별다른 대책이 없다. 기껏해야 할인행사 정돈데 이는 농민의 자조금과 국민의 세금을 소비자에게 갖다주는 형태로 사실은 제대로 된 해결이 아니다. 외부 시장으로 물량을 조금만 반출해 주더라도 가격조절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공들여 온 홍콩 수출이 마침내 가시권에 들어왔다.
홍콩은 큰 의미가 있는 시장이다. 자유무역지대라 관세도 없을뿐더러 전 세계 쇠고기의 진열장 역할을 한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세계 각지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우의 육질(마블링)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월등한 수준이지만 유일한 경쟁상대가 일본의 화우다. 화우는 이미 홍콩 쇠고기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혀놓은 상태인데, 후발주자로서 인지도도 낮고 육질도 다소 뒤쳐지는 한우는 뚫고 들어갈 틈새가 좁은 것이 사실이다.

한우고기가 홍콩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초기에 정부 차원에서 전략수립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정부나 aT에서 수출업체들을 후방지원함과 동시에 협의체를 구성해 업체끼리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중재해야 한다. 내부경쟁 과열은 최근 일본 화우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수량을 일정한 품질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가 수출단지화나 브랜드 단위의 책임조달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무항생제 인증 등 화우와 품질차별성을 갖출 방법도 물색해야 한다.

한우고기 수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수출이란 건 금방 되는 게 아니라 긴 협상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우고기 수출은 시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해선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유리한 면이 있고, 중동 할랄시장도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은 그 가능성을 여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 진출 초기 품질이나 서비스에 한 치의 실수만 있어도 치명타가 되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 차근차근 시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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