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에 대의원 ‘명예혁명’ 바람 부나

동군산농협, 대의원들이 경영부실 진상조사위 설치
서산축협에선 “조합장재선거 이사진이 책임져라”

  • 입력 2015.12.06 20:10
  • 수정 2015.12.06 21:2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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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역농협 대의원들이 ‘집행부의 거수기’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대의원 중심의 지역농협 개혁 바람이 ‘농협판 명예혁명’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북 군산시 동군산농협은 지난달 24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경영부실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긴급안건 상정이 가결됐다. 조합 대의원이 총회 현장에서 발의한 안건이 긴급안건으로 상정되려면 출석인원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안건은 115명 출석에 79명의 대의원이 동의해 긴급안건으로 상정됐다.

동군산농협은 한 지역건설회사가 시공하는 3건의 공사에 59억여원 상당의 관외 대출을 집행한 바 있다. 그런데 3건의 공사가 모두 중단되고 검찰 수사 결과, 여신을 담당하는 문모 상무가 이 회사의 실소유주에게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가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또, 문 상무가 채수항 조합장의 처남이고 대출건의 결재권자인 심재근 상임이사는 채 조합장의 매제인 사실이 알려져 ‘한가족 경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상태다.

진상조사위 설치안을 발의한 김영렬 대의원은 “121명의 대의원이 등록됐는데 도중에 5명이 이탈한 게 드러나 뒤늦게야 긴급안건 상정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김석호 동군산농협 진상조사위 설치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은 “조합이 대출사건을 상세히 조합원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며 “이외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의 분양대출이 많아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의원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될까 걱정했는데 대의원들이 조합을 위해 큰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대출이 부실화되며 최소 18억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문 상무는 지난달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7년, 벌금 3억원, 추징금 2억8,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문 상무가 2억8,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허위 분양계약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도 대출을 집행했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심 상임이사는 “분양자들이 가짜인지 조합이 알기 어렵다”며 “현재로선 손실액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진상조사위 구성 찬반투표가 남았는데 투표에서 부결돼도 진상조사위를 꾸리겠다”고 덧붙였다.

충남 서산시 서산축협에선 무자격조합원으로 불거진 조합장재선거 논란의 책임을 묻는데 대의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서산축협은 무자격조합원이 지난 3.11조합장선거에 투표한 이유로 당선된 최기중 조합장이 사퇴하고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산축협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 모인 대의원들은 “재선거 책임은 현 직무대행을 비롯한 이사진들에게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대의원총회를 재선거(8일)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정영현 직무대행은 “기타토의 때 논의하자. 내년도 예산 논의를 해야 한다”고 버텼으나 대의원들의 빗발치는 반발에 부딪혀 연단에서 물러나야 했다.

서산축협 대의원들은 “곪은 게 터졌다”고 입을 모았다. 대의원들이 이번 조합장재선거뿐 아니라 전임 조합장 재임 시절부터 잇따랐던 비리의혹과 조합의 비민주적인 운영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대의원들이 집행부 안을 받지 않은 건 조합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조합이 건강해지는 과정으로 본다”고 평했다.

앞서, 지난달 16일엔 41명의 조합 대의원들이 동참한 정영현 직무대행을 비롯한 5명의 이사들에 대한 해임 요구가 서산축협에 전달됐다. 대의원 A씨는 “3월 조합장선거 전부터 선관위와 농협중앙회가 무자격조합원 정리를 재촉했는데 이사들이 직무를 유기했다”며 “이사진이 재선거까지 온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축협은 “조합원 미정리 문제는 우리 조합의 임직원 모두의 책임이다”라며 해임 요구를 거부했으나 전체 대의원 3분의 1이 넘는 41명이 요구했기에 대의원총회 소집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의원 B씨는 “직전까지 양축을 하지 않는 무자격 대의원이 많았는데 무자격 조합원들의 대의원 진출을 제한하면서 현재 대의원총회는 실제 양축을 하는 조합원으로 구성됐다”며 “대의원협의회 구성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유석 서산축협 상임이사는 “누구 한사람 책임이 아니다. 화합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선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내부절차를 밟아 책임을 지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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