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RPC 경영난 심화 … “사활 걸렸다”

적자규모 불어나는데 품질점수도 하락

  • 입력 2015.12.06 19:58
  • 수정 2015.12.06 20: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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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 RPC들이 적자경영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정부가 벼 생산기반을 지킬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해 전국 농협 RPC(155개소)의 적자규모는 총 305억원이었다. 올해 예상되는 적자규모는 총 564억원(153개소)에 달한다. 올해 수확한 벼가 시장에 풀려야 할 내년에는 적자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 지난 10월 광주시 농협통합RPC에서 수매한 벼를 저장고에 쏟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RPC는 이미 누적적자가 15억원에 달하는데 올해도 7억원 남짓한 적자가 예상된다.
흑자가 예상되는 농협 RPC도 우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의 한 지역농협 RPC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면했지만 겨우 기천만원의 수익을 봤을 뿐이다”라며 “전북지역에서 손익을 낸 농협 RPC가 5곳밖에 안 된다. (RPC 경영난은)농협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 큰 고충은 적정수매가도 적정 쌀값도 없다는 점이다”라며 “매대에 우리 브랜드쌀을 올려도 가격이 안 맞거나 신규입점이면 구매력이 낮아 세일에 들어간다. 그러면 잘 팔리던 쌀이 안 팔리기 시작하니까 세일을 한다. 계속 가격이 할인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RPC가 판매하는 쌀 상품 가짓수는 10개다. 153개 RPC가 10개씩 쌀 상품 가짓수가 있다면 1,530개의 상품이 있는 셈이다. 농협 계통판매로는 이 상품들을 다 소화할 수 없다.

그래서 농협RPC간의 경쟁을 막자는 취지로 통합농협RPC도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은 “통합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지역실정에 맞게 통합하지 않으면 품질 고급화가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올해 RPC 대표브랜드 품질검사 결과, 종합평가 평균점수가 지난해보다 5.7점이 하락(77.1점)한 걸로 나타났다. 특히 평균 85점 이상 특A등급 RPC는 지난해 80개소에서 올해 39개소로 급감했다.

품질 고급화 전략도 품질보다 지역별 특성이 가격을 결정해 지역농협에게 와 닿기 힘든 게 현실이다.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농협 쌀값을 보면 전남 무안지역 쌀값보다 경기 여주지역 쌀값이 27.5%나 비쌌다. 그러나 롯데상사가 올해 품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무안쌀이 종합점수 92점이었고 여주쌀은 86점을 받았다”면서 “현재 쌀 시장은 품질과 무관하게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올해 벼 매입자금으로 총 2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대비 지원규모를 3,000억원을 늘려 지역농협 RPC의 경영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농협중앙회 양곡부 관계자는 “벼 수매실적이 있는 지역농협 RPC와 DSC 등 540개소에 벼 수매자금을 지원하는데 자금유동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수매자금 지원은 벼를 많이 보관할 수 있을 뿐이지 쌀값 상승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대출이기에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라며 “농협이 나서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그 대책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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