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쌀 정책의 기본방향]
주식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
논 면적 유지 중요 … 타작목 쏠림 방지 역할도
공급 넘치는데 수입쌀까지 악영향 … 철저한 관리 필요

  • 입력 2015.12.06 16:36
  • 수정 2015.12.06 16: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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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국내 쌀 생산 안정 대책도 없이 시장개방을 한 무책임한 정부가 ‘관세화 원년’ 첫해부터 수확기 쌀값 폭락에 속수무책 손도 못 대고 있다. 관세화 선언을 하기 전부터 말만 무성했던 이동필 장관의 ‘쌀산업 중장기 대책’이 이제야 나올 전망이다. 뜸들인 만큼 농민들 기대에 부응할까? 이번 정책의 핵심은 ‘쌀공급 과잉 해소’로 요약된다. 결국 당장의 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본지가 국회에서 주관한 ‘쌀 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윤석원 중앙대 교수는 쌀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며 촌평을 더했다.

“쌀은 결코 시장기능에 맡길 수 없다. 시장기능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시장기능에 의지해 정책을 펴니 정부의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다. 쌀 문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서 정책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쌀 정책의 기본원칙을 다시 정리해 본다. 

▲ 정부가 가야할 쌀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논 면적 유지 및 쌀 소득 지지가 첫 손에 꼽힌다. 사진은 지난 9월 전북 남원의 한 들녘에서 조생종 벼를 수확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논 면적 유지, 기본적인 원칙

올해 쌀값 하락의 원인을 ‘공급 과잉’이라고 진단한 정부는 그 해법으로 ‘공급 축소’를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중장기 쌀 정책의 큰 흐름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농사란 기후에 따라 풍흉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논 면적 유지’가 제1 원칙이 돼야 한다.

2009년 쌀생산량은 491만6,000톤, 대풍을 맞았다. 당시 벼 재배면적은 92만4,000ha다. 이에 비해 2012년 쌀생산량은 400만6,000톤 벼 재배면적은 84만9,000ha로, 면적 8.1% 감소분에 비해 생산량은 그 두 배 이상인 18% 감소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은 예측불가하다. 지금 넘친다고 논 면적을 축소했다간 일상이 된 ‘이상기후’ 속에 식량생산에 경고등이 켜질 우려를 키우는 꼴이 된다.

최소 현재의 논 면적은 유지하고, 풍흉을 대비하는 생산조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계산을 해보면, 단위면적 10a당 생산량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치로 잡으면 503kg, 신곡수요량 400만톤으로 봤을 때 필요한 논면적은 약 80만ha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79만7,000ha이기 때문에, 최소한 올해 면적은 ‘식량안보 보루’란 생각으로 지켜내야 한다.

 

‘쌀 소득’ 지지해야 밭작물도 산다
채소, 면적 1%만 늘어도 2.7% 가격 하락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를 보면 2014년 쌀생산 농가는 67만6,000농가로 전체 121만1,000농가 중 60.3%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전체 농가 중 쌀 생산농가 비중이 73%였던 때와 비교해 줄었지만 ‘단일 품목’으로 보면 우리나라 농업으론 최다 생산품목이 쌀이다.

정부는 쌀생산이 다른 농사에 비해 ‘쉬운 농사’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20년 전 쌀값을 받으며 농사를 계속 지을 농민은 없다. ‘쉬운 농사’ 보다 ‘소득 농사’를 택하면서 타작목으로 전환할 경우, 우리 농업 전반으로 타격이 미친다.

지난해 11월 본지 주관 ‘쌀 전면개방,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단국대 양성범 교수는 “내년(2015)부터 쌀이 관세화 전면개방되면, 국내 쌀시장은 당연히 위축된다. 상당수가 밭작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는 생산증가와 밭작물 가격 폭락이라는 연쇄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당시 양 교수는 작물의 생산면적이 1, 3, 5% 증가 했을 때, 각각의 가격 변화율을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막연했던 생산량과 가격하락 문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양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토마토의 경우 면적이 1% 증가하면 가격은 2.5~2.7% 떨어진다. 3% 증가하면 7.6~8.1%, 5% 증가하면 12.7~13.5% 각각 하락한다. 최근 장수지역 토마토 생산 농가들이 가격이 맞지 않아 자율폐기에 나선 것은 이처럼 타작물의 ‘토마토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

 

수입쌀 TRQ물량 “전량 들여올 의무 없다”

국내 쌀시장에 수입밥쌀, 수입가공용쌀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수입쌀 유통문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수요처에 대한 분석과 대책은 물론 근본적으로는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의무화’ 했던 40만8,700톤을 시장개방 상황에서도 전량 수입해야 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이상만 과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쌀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TRQ물량은 100%들여 올 의무는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양곡관리법에 따라 aT를 통해 전량 국영무역으로 수입한다. 국가가 쌀수입을 관리하면서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통상적인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수입물량 유지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식량정책과 양지연 사무관은 “민간이 쌀TRQ 물량을 받게 되면 40만8,000톤 전량 밥쌀로 들여올 가능성도 있다. 국가가 쌀수입을 관장하면서 상대국이 인정할 수 있는 범위와 국내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또한 MMA쌀은 다음연도까지 이월해서라도 모두 수입해야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입기회를 제공했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그 물량은 소멸된다.

중요한 것은 국내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40만8,700톤 전량을 모두 들여올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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