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양정개혁은 실패했다

농민들이 말하는 쌀 정책 ‘이것이 문제’
쌀값 20년 전으로 급락 … 최근 5년 쌀자급률 평균 92% 불과
오락가락 쌀정책, 현장 불신만 키워

  • 입력 2015.12.06 16:19
  • 수정 2015.12.06 16:5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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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 농민들은 정부의 추곡수매 폐지와 오락가락한 쌀 정책, 적정물량을 초과하는 재고미 등을 쌀농사를 위협하는 원인으로 손꼽았다. 사진은 충북 진천의 한 정미소 길목에 쌓여 있는 톤백들.한승호 기자

2005년 양정개혁 이후 10년간의 쌀정책은 결국 실패했다. 쌀값은 20년 전으로 급락했고, 쌀자급률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평균 91.8%에 불과하다. 쌀마저도 100% 자급을 못하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현장농민들은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어 아우성이다. 쌀 정책 어떤 점이 문제인지 살펴본다.

“추곡수매 폐지, 쌀농사 망쳐”

지금의 양곡정책은 2004년에 마련돼 2005년부터 시행됐다. 추곡수매 폐지, 공공비축제 도입을 골자로 그간의 추곡수매를 통해 쌀값을 지지하던 정책을 버리고 쌀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으로 전환 된 것이다.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직불금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큰 틀의 정책방향은 10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됐다.

우선 정부는 시장가격으로 쌀의 수급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는 쌀이 갖는 특수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실현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했다.

정부와 관변학자들은 “공공비축미 매입가와 농협 RPC의 매입가가 시장가격으로 결정되지 않아서 나타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생산이 과잉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다음해 재배면적이 감소해 수급균형이 맞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쌀시장이 수입쌀 등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정부와 농협이 최소한의 가격 지지를 하지 않을 경우 쌀값 폭락은 당연할 뿐 아니라 쌀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대신 타작목으로 전환돼 연쇄적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다. 이미 추곡수매 폐지 이후 논에 타작목 전환이 늘어 수입농산물과 더불어 밭작물의 연쇄적 가격폭락이 해마다 계속 되고 있다.

“오락가락 쌀 정책에 혼란만 부추겨”

2010년에는 2년 연속 풍년이 들자 정부는 생산조정을 위해 논에 타작목 재배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정책도 2년 후 흉년이 들면서 흐지부지돼 논을 밭으로 바꿨던 농민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12년 흉년으로 쌀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나서서 ‘구곡’과 ‘신곡’을 혼합해 시장에 방출했다. 쌀값 억제 대책이었다. 수입쌀 또한 국산쌀과 혼합돼 시장에 판매됐다. 이는 쌀시장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초래했다.

이렇듯 정부가 장기적 목표에 따른 대책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펴는바람에 시장과 농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말았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재고미, 시장가격 위협

전문가들은 공공비축미 운영이 원칙을 벗어난 문제를 지적했다. 오래된 쌀부터 처분한다는 ‘회전비축’ 원칙으로 운영해야 하나, 풍작일 경우 시장격리 대책이 미흡해 이 원칙마저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6년~2008년까지는 당초 재고 목표치인 17%에 못 미치는 15% 내외를 유지하다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20~36%까지 폭증했다. 또 2012년, 2013년에는 흉년으로 10% 내외로 급락하는 등 재고물량 자체가 널뛰기 해왔다. 그리고 2014년부터 3년 연속 풍년이 들면서 재고량은 급증하게 됐다.

회전비축 원칙이 무너지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고미’가 누적됐고, 쌀의 보관비용 뿐 아니라 가치하락으로 인한 손실 또한 막대해졌다. 10월말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미는 135만 톤으로 적정재고(80만 톤)보다 55만 톤을 초과했다. 이는 시중 쌀값을 짓누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직불금 인상? 임차료만 늘려놨다”

쌀의 채산성 악화와 정부의 규모화 정책에 힘입어 농촌현장에는 농지 임차전쟁을 방불케 하는 임차 경쟁이 치열해졌다. 점점 쌀농사의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면적을 확보해야 수익을 보전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농사에 ‘박리다매’가 도입된 것. 한편 농지 임차경쟁을 틈타 지주들은 직불금을 대신 받거나 임차료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직불금 인상 현수막을 내걸 때 농가들은 인상된 직불금 만큼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실제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 받을 수 있는 고정직불금은 ha당 70만원에서 올해 100만원까지 늘어났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늘어난 30만원만큼 순 소득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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