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부실대책 “농민 두 번 죽이는 짓”

‘10년간 1조 기금’ 거품 가능성 높아

  • 입력 2015.12.06 11:23
  • 수정 2015.12.06 18:5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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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농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불과 13일만에 마련한 농축산업 피해대책 또한 우려대로 ‘졸속대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대책에서 별반 나아진 게 없거나 혹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8일 구성한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는 13일간의 논의 끝에 합의문을 확정했다. 농민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농어업 상생협력사업기금 조성(10년간 1조원) △FTA 피해보전직불제 보전비율 90%→95% 상향 △밭농업 고정직불금 및 조건불리직불금 2020년까지 단계적 인상(밭직불금 60만원/ha, 조건불리직불금 70만원/ha) △2.5% 이상 농어업 정책자금 금리 2%로 인하 등이다.

졸속대책을 우려했던 농업계는 ‘역시나’를 외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진필)는 지난 1일 14일간의 국회 앞 천막농성을 철수하며 이번 피해대책을 ‘명분 갖추기’라고 비판했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은 “지난번 영연방 3개국 FTA 때의 여·야·정 협의체 합의사항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합의문은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짓에 불과하다”고 분개했다.

합의문에서 밝힌 가장 핵심적인 대책은 농어업 상생협력사업기금 조성이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불가능을 천명한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이기도 하다. 10년간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촌 복지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의 ‘자발적 기부금’을 그 재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은 이와 관련해 “FTA 피해대책기금 재원 마련과 운영을 민간에 맡기고 뒤로 빠진 것은 국가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기금 재원에 농협 기부금을 포함시킨 것은 결국 농민 돈을 끌어 들이겠다는 것으로 염치조차 던져버린 계획”이라고 규탄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개인 SNS에서 그나마 이 1조원의 기금조차 ‘뻥튀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부금으로 조성한 기금의 특성상 실제 사용하는 것은 원금 이외에 이자 등 운용수익금에 불과할 것”이라며 10년간 실사용액을 약 2,750억원으로 점쳤다. 그는 “기금으로 한다는 사업이 장학사업, 문화지원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 농축산물 상품권 등이다. 연간 1,000억원의 사업규모가 절대 나올 수 없으며 수십억 내지 수백억원 정도의 사업에 딱 맞다”며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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