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과 국민 함께 살리는 농정 대전환

  • 입력 2015.12.04 11:53
  • 수정 2015.12.04 11:58
  • 기자명 허헌중 (재)지역재단 상임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허헌중 (재)지역재단 상임이사

농업이 위기며 농촌은 피폐하다. 더 이상 농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기도 어렵다. 지난달 14일 마침내 300만 농민의 절규와 항거가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는 쌀값폭락에 대해 ‘모르쇠’와 폭력으로 답했다. 여기에다 실질적 대책 없이 한-중 FTA 비준동의안만 처리했다. 살인적 폭력으로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과 살아남은 농민들의 목숨을 끊는 행위다.

현행 농정으로 미래가 있는가. 지난 10월 14〜15일 농식품부 주최 행사에서 농경연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농업은 암울하다. 20년 뒤 수입농산물은 FTA 영향의 누적에 따라 2014년 농업총생산액(45조원)의 87%로 증가한다. 그만큼 수입농산물의 국내 잠식→우리농산물 판매 감소(국산끼리 산지간·품목 간 경쟁 심화와 과잉공급)→가격폭락의 악순환이 불가피해진다. 그 결과,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1995년 95.7%에서 2014년 61.5%로 급락한 데 이어 2035년에는 41.2%로 추락하게 된다.

문제는 20년 뒤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도 암울하다는 데 있다. UR 이후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수많은 종합대책이 추진됐으나 현실은 더 악화됐다. ‘풍년기근’만 연이어 닥친다. 기술 발달과 생산·유통 기반의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봤자 FTA 등 수입확대로 수입농산물이 넘쳐나니 국산농산물의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은 연례행사가 됐다.

수입증가와 가격폭락 및 경영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는 이제 농사만으로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실질가격 기준으로 농업소득(농업총수입-농업경영비)은 지난 10년간(2005~2014) 1,371만원에서 945만원으로 무려 31.1%나 떨어졌다. 도농간 소득비도 지난 20년간(1995~2014) 95.7%에서 61.5%로 격감했다. 같은 기간 도시가구 소득이 37.8% 증가한 반면, 농가소득이 11.5% 감소한 탓이다. 그 결과 농가경영주의 평균연령은 66.5세(40세 미만 0.9%), 경지규모 1ha 미만 농가는 전체 농가의 65.3%, 농산물 판매금액 1,000만원 미만 농가는 64%가 될 정도로 우리 농업의 약체화와 지속 불가능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왜 점점 어려워지는가. 그동안 정책이 농업·농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성장제일주의, 수출지상주의 정책이었고, 농정은 그 뒤치다꺼리 역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개발독재 시기에는 저임금-저농산물 가격정책과 도시 산업예비군 조달 등 공업화와 도시의 부속물로 인식됐고, 80~90년대 이른바 개방화·세계화 시대에는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인식됐다. 최근 정부는 TPP 가입 추진 등 전면개방시대를 강행하면서 농업·농민을 완전히 사회적으로 배제시키려 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개방과 함께 경쟁력과 효율성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농정, 경쟁력지상주의 농정에 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잘못된 농정 패러다임은 농가소득 향상, 가격지지, 생산비 절감, 식량자급, 농촌지역사회 유지·활성화, 농민의 인간다운 삶 보장 그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잘못된 농정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결론은 나와 있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재인식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농정의 총체적 틀(농정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곧 대증요법식의 단기처방이 아니라 농정이념, 농정목표 등에 관한 농정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농정이념을 경쟁력지상주의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사회의 실현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사회의 실현을 대목표로 하고, 그 세부목표로 △농민의 인간다운 생활권 보장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건강권, 복지권, 식량주권) 보장 △순환과 공생의 도농공동체 실현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농가경제가 안정되고 농민의 삶과 농업생산이 지속가능하도록 선진국과 같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사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터무니없고 반농민적인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에 쏟아 붓는 농업예산을 선진국형 직접지불제(EU 수준 80%까지)에 집중해 실질적인 농가소득 보장과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사회 실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