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끝내 농심을 저버리다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일사천리 비준
야 “여당이 야당에 큰 빚 진 것”
여 “신뢰를 지켜준 야당에 감사”

  • 입력 2015.11.30 22:54
  • 수정 2015.12.06 18:5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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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 ‘농민의 길’ 등 농민단체들은 30일 오전 국회 앞에서 한-중 FTA 비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농민들의 간절한 호소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국회가 30일 본회의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가결하면서 연내 발효를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까지 연달아 가결하며 농민들의 항의를 무색케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지난 밤 FTA 비준 잠정 합의 소식을 접한 ‘농민의 길’ 및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문에서 FTA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후엔 대표자들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과조치’와 ‘실질적 피해대책 마련’을 반드시 선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새정연은 오전부터 진행한 장시간의 의원총회 끝에 오후 2시 30분경 ‘비준동의 찬성’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 농촌지역구 의원들이 거세게 반대했지만 지도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총회를 마친 직후 여야 원내지도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공개회담을 갖고 있다.

장기간의 줄다리기를 끝낸 여야 원내지도부의 공개회담 자리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한-중 FTA 피해대책 미흡과 백남기 농민 사태 책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오늘 FTA 비준이 처리된다면 여당이 야당에 큰 빚을 진 셈”이라며 비준에 대해선 호의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신뢰를 지켜 준 야당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예정보다 두 시간 가량이나 늦어진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의결에 앞선 찬반토론에서 김제남 정의당 의원과 신정훈 새정연 의원이 피해산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책했지만 몇몇 의원들은 이를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 30일 오후 4시 30분경 한-중 및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동의안이 연달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중 FTA 비준동의안 의결 결과는 재석 265명 가운데 찬성 196명, 반대 33명, 기권 36명. 야당 일부 의원들만이 반대했을 뿐 새누리당 농해수위 위원들조차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연이어 상정된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 비준안 역시 이와 같은 분위기로 모두 가결됐다.

야당 의원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농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효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농축산업 피해대책을 내놨다지만 그 동안의 실효성 없는 대책을 그대로 반복했을 뿐이다. 국민을 또 한 번 속이고 농민을 또 한 번 우롱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회 앞에서 비준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축산단체 대표들도 “이번 피해대책은 기존의 대책을 오히려 퇴보시켜 놓은 수준”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 한-중 FTA 비준동의안에 투표한 의원 명단이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재석 265명 중 찬성 196명, 반대 33명, 기권 36명으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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