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대로 된 정가수의매매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

  • 입력 2015.11.27 13:30
  • 수정 2015.11.27 13:45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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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정가수의매매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통개선 정책 중 하나다. 그리고 올해 정가수의매매 최우수 사례로 대전중앙청과의 ‘1경매사-1품목-1산지 연계운동(111운동)’이 선정됐다. 운동 취지와 정가수의매매 확대와 관련한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열정적인 젊은 CEO 송미나(37) 대전중앙청과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

111운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111운동은 한 명의 경매사가 한 품목을 맡아 산지 한 곳을 선정해 정가수의매매를 성사시키자는 운동이다. 단순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적이고 제대로 된 정가수의매매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매사가 연초에 자신이 맡을 품목과 산지 작목반을 선정해오면 회사에서 거래 시기·물량, 산지 지원 방법 등의 계획을 미리 세운다. 일례로 올해 2월 상주 신이티 포도 작목반을 선정해 사전에 전속 출하약정을 맺고 박스비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111운동의 장점은 무엇인가

사전에 출하자·중도매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산지 지원도 미리 계획할 수 있고, 사전 홍보도 가능하다. 출하시기에 닥쳐서 하면 전문성도 떨어지고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지속적인 산지와의 소통으로 신뢰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신뢰가 바탕이 되면 단기적인 손익으로 거래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한 발전이 가능하다. 거래 가격도 경매가보다 조금 더 높고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성과를 확인하기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정가수의매매의 어려움으로 보통 인력과 시간의 부족함이 꼽힌다. 정가수의매매 추진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인력과 시간문제도 물론 있다. 경매사에게 어떻게 그렇게 좋은 실적을 내느냐 물었더니 “24시간 대기”라고 해 마음이 아팠다. 경영자 입장에서 분명히 해결해줘야 할 문제다. 그래서 대전중앙청과만의 주문 시스템을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어 볼 계획을 갖고 있다. 경매사들이 낮에 잠을 아껴가며 주문을 받지 않아도 중도매인들이 어플을 통해 주문하고, 경매사가 취합하는 식이다.

면적 부족도 어려움 중 하나다. 물량이 몰리는 시기엔 경매장 면적도 모자라다. 지금도 김장 시즌이라 경매장 외부에 텐트 40개를 따로 설치했다. 그런데 정가수의매매는 이런 경매보다 공간이 더 필요한 제도다. 경매는 순환이 빠르지만 정가수의거래는 거래처에서 물건을 바로 원하지 않을 경우 보관 장소와 저온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는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가수의를 위한 공간을 따로 비워놔야 하는데, 이 때문에 중도매인이나 산지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면적 확보를 위해 우리는 기존 도크시설을 과일 경매장과 정가수의매매장소로 활용하고, 중도매인의 저온시설을 지하로 이전했다.

정가수의매매 확대에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의지다. 지금은 정가수의매매 시작 단계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돌출될 것이다. 하지만 정가수의매매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면 맞춰 나가야 한다. 특히 경매사의 의지가 중요하다.

농산물 가격이 2년 연속 폭락해 생산자도 법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 극복 방안은 없을까

원론적인 답변이야 농협이 산지에서 수급조절을 해야 한다는 건데…. 도매시장만 놓고 본다면, 지금의 가격 폭락은 물량이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물량이 신속하게 빠져나가지 않고 시장 내에 쌓여있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물량만큼은 더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산지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 농산물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많이 들어오면 많이 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경매사는 산지뿐만 아니라 소비지 정보에도 밝아야 한다.

도매시장은 거칠고 남성들의 일터라는 인식이 있다. 여성 CEO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또 대전중앙청과가 3년 연속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경영 철학이 있다면

여성이라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여성이니까 이렇게 관심도 가져 주시고 장점이 더 많은 거 아닌가(웃음). 시세가 잘 안 나오면 출하자분들도 올라오고 중도매인들과 소리 지르면서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다들 뒤끝은 없다. 새벽에 일을 하다 보니까 춥기도 하고 술도 한 잔 하면 울컥해서 우시기도 한다. 시장엔 인간적인 면이 있다.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우리가 조금 더 미리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가수의매매나 시설투자 등 필요하다고 생각돼 실행하고 있으면 그 부분이 도매시장 평가 항목에 들어오더라.

도매시장은 여러 이권이 개입돼 있어 문제가 있을 때도 있고 가격 결정도 주식시장만큼 치열하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적정가격을 찾을 때만 싸우라고 한다. 도매시장 발전은 다 같이 가야 한다. 시장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다른 유통구조와 어떻게 경쟁을 하겠나. 직원이 감동해야 산지도 중도매인도 감동한다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바로바로 해결해야 하고,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인 만큼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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