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철 농민열사 10주기 추모제 열려

“정부의 살인적 행위에 책임 물어 열사정신 이을 것”

  • 입력 2015.11.24 18:29
  • 수정 2015.11.25 10:2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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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대강당에서 전용철 농민 열사 10주기 추모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지난 23일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대강당에서 열린 전용철 농민 열사 10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 지난 24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용철 농민 열사 10주기 추모제에서 농민들이 생전의 전용철 열사를 기리며 절을 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 지난 23일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대강당에서 열린 전용철 농민 열사 10주기 추모문화제에서 10년 전 당시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었던 문경식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05년 11월 15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날입니다. 쌀 개방으로 농촌이 무너지기 직전에 안간힘을 다해서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넓은 여의도 문화마당이 농민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전용철, 홍덕표 열사가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10년 뒤, 경찰의 폭력에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회장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발! 제발! 용철이형을 보내면서 열사는 만들지 말아야지란 각오로 농민운동을 했습니다. 백 회장님께서 제발 소생하셔서 내년 봄에 종자도 뿌리고 못자리도 내고 논밭도 갈면서 참농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읍시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

전용철 농민열사의 10추기 추모제가 24일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렸다.

“쌀을 개방하면 우리 농민 다 죽는다”고 외치던 전 농민열사는 2005년 11월 15일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했다 곤봉과 방패를 앞세운 경찰의 폭력진압에 사망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14일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던 농민 백남기(69)씨가 또다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번 추모제는 벼랑 끝에 놓인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에 변함이 없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농민들은 추모제를 통해 전 농민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중태에 빠진 백 농민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전 농민열사가 돌아가신지 10년 만에 다시 백 농민이 살상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지 농민을 죽이는 일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김 의장은 “이런 정권을 국민의 정권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하루빨리 물러나게 하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어 “정부의 살인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투쟁에 전농의장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안고 당당히 싸우겠다”라며 “그것이 바로 전 농민열사의 정신을 이어받는 일”이라고 다짐했다.

2005년 당시 전농 의장이었던 문경식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농민과 노동자는 정면돌파로 박 정권을 퇴진시키고 민중의 정부를 세울 것인가, 영구적 독재정권으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라며 “엄동설한 속에서 반드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민족농업을 살리는 투쟁으로 힘을 모아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공동대표는 이어 “백 농민 가족도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라며 “백 농민이 빨리 소생해 보성에서 같이 농사지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명진 의장은 앞서 23일 저녁 충남 보령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열사를 생각하면서 과연 열사의 뜻이 이 땅에 이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결단을 가슴속 깊이 새기는 추모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석 전 농민열사 추모사업회장은 “쌀 개방 못 막으면 우리 농민 다 죽는다던 열사의 목소리 여전히 생생하다”며 “열사정신을 지속적이고 조적적으로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제 사회를 본 권혁주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10년 전 민주주의 껍데기라도 갖고 있었던 정권하고 싸워서 그나마 사과도 받고 책임자도 처벌했지만 지금은 독재정권과 싸워야 되는 시기”라며 “그래서 우리의 결기와 결의가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 농민열사는 1962년 충남 보령군에서 태어나 관창초, 대천중을 졸업하고 철도청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89년 귀농해 버섯재배를 했다. 1998년부터 보령군농민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직국장과 조국통일위원장 등을 역임, 2004년 2월 보령농민회 주교면지회장을 지냈다.

전 농민열사 추모제는 참가자들의 참배와 헌화로 마무리됐다. 앞서 하루 전 열린 추모문화제엔 충남 농민과 보령시민, 김동일 보령시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고, 한도숙 전 전농 의장의 추모시낭송 등 다채로운 문화공연 속에 추모의 열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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