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철이 형님, 백남기 농민을 지켜주세요”

서울대병원 앞 촛불문화제, 분노·회한·탄식 이어져

  • 입력 2015.11.22 13:24
  • 수정 2015.11.22 13:2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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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민 백남기씨가 사경을 헤메는 동안,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엔 그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4일 민중총궐기 뒤 매일 밤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는 경찰의 폭력진압을 향한 규탄과 함께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당시 상황에 대한 회한과 탄식이 뒤섞여 내내 무거운 분위기였다.

지난 15일 밤부터 서울대병원 앞에선 연일 백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인도 한 귀퉁이에서 시작한 문화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길을 따라 참가한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첫 날, 20여명 남짓으로 시작한 촛불은 17일엔 200여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발사한 고압 물대포에 맞은 농민 백남기씨가 여전히 의식불명인 가운데 17일 저녁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살인폭력진압 경찰청장 파면,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백씨의 쾌유를 빌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백씨와 함께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문경식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첫 날 문화제에서 “백 동지는 농사를 많이 확장하지도 않고 평범한 농민으로 살아왔다. 무슨 죄가 있느냐”며 “박근혜를 만나 지을 농사가 없는 농민들의 문제를 알리려 했는데 경찰은 그의 가슴과 목에 물대포를 쐈다. 용서하지 않겠다.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17일 문화제에서 발언에 나선 최현국 목사는 “종교인의 한사람으로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민중총궐기에 참여해 국가 공권력의 폭력을 앞장서 맞서려 했지만 직사로 쏘는 물대포를 도저히 맞을 수가 없었다”며 “저보다 연세가 많은 농민을 향해 제가 있던 자리보다 더 짧은 거리에서 물대포를 직사하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저는 기적을 믿는다. 백씨가 다시 살아나 마지막까지 땅을 일구며 살아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소속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도 “노동자들이 맨 앞에 섰더라면 백 동지가 사경을 헤메지 않았을거란 죄책감으로 뒤숭숭하게 지내고 있다”라며 “간호사로서 의료인을 찾을 때 쫓아가지 못한 게 회한이다”라고 울먹였다.

문화제 사회를 맡은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쌀값 21만원을 약속했다. 당시 쌀값이 17만원이었다”라며 “올해 쌀값이 15만원이다. 대통령선거 때보다 더 떨어졌다. 이를 항의하고자 백남기 농민이 새벽밥을 먹고 서울에 왔는데 누가 그를 전문시위꾼으로 말하냐”며 일부 종편방송의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백씨의 쾌유를 비는 염원은 SNS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장명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은 본인의 SNS에서 10년전 역시 경찰의 폭력진압에 숨진 전용철 열사를 떠올리며 “용철이 형님이 보고 싶어 우는 우리들은 백남기 회장님과 또 이별하고 싶지 않다. (백 회장을)지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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