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월 14일 민중대회가 보여준 농심

  • 입력 2015.11.22 01:1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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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농민들이 서울에 모였다. 그간 억눌러왔던 농심이 이번 11월 14일 서울 한복판에서 폭발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지금 농촌사회는 초 고령화 사회다. 농민들의 대다수는 60~70대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쌀값마저 폭락해도 조용한 것은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주기 때문이 아니다. 곡학아세하는 어느 국책연구기관의 학자는 농민들이 조용한 것은 정부가 쌀 소득을 보전해주기 때문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대다수 농민들이 고령이라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농한기에 다른 일을 찾아 줄어든 소득을 메울 궁리하기에 급급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14일 3만이 넘는 농민들이 민중대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그만큼 농민들의 삶이 절박함을 말하는 것이다.

숫자를 헤아리기조차 힘든 FTA, 여전히 정부는 개방에 굶주려 있다. 따져보지도 않고 뒤늦게 TPP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농민들의 애간장은 타들어간다. 정부는 개방에 대비해 철저히 대책을 마련했다고 호언하지만 지금 농촌현실이 어떤가. 이제 모든 농산물이 과잉상태에 있다. 더 이상 지어 먹을 농사가 없다. 그나마 농가소득의 한 축을 지탱해오던 쌀값마저 2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고 한가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3만의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와 농사짓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서울에 모인 농민들이 보여준 농심은 아주 단순하고 당연했다. ‘농사짓고 살게 해 달라’. ‘농민으로 살게 해 달라’. 이 같은 당연한 요구에 정부는 대회 전부터 폭력집회로 규정하는가 하면 차벽을 설치하고 폭력적인 진압으로 묵살했다. 결국 경찰의 살인적 진압은 일흔을 앞둔 고령의 농민을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었다. 살려달라는 농민의 절규에 공권력은 살인적 진압으로 대응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제라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쌀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제값 받는 농사를 짓고 살도록 해야 한다. 가시적인 FTA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산을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실질적 피해 보전정책,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정책이 절실한 것이다. 이것이 11월 14일 거리를 뒤덮은 농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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