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쌀 소비촉진 무색한 농업인의 날

  • 입력 2015.11.20 13:05
  • 수정 2015.11.20 13:09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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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얼마 전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 지나갔다. 농업인의 날은 대한민국 공식 기념일이다.

‘농업인의 날’이 11월 11일인 이유는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 보다도 ‘빼빼로데이’로 더 많이 인식이 돼 있다.

이 11월 11일을 농민들은 ‘가래떡데이’라고 한다. 가래떡데이는 2003년 어느 기업에서 빼빼로데이 대신 가래떡을 먹는 가래떡데이로 지정해 사내행사로 지내온 것이 확산돼 농식품부에서 농업인의 날 행사 일환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의 날 가래떡데이 행사가 무색하게 굳이 수입할 의무가 없는데도 밥쌀용 쌀을 수입하면서 우리 쌀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가래떡데이는 빼빼로데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 생긴 날이다.

기다란 가래떡은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과 특히 아이들에게는 11월 11일은 가래떡데이 보다는 빼빼로데이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게마다 가득한 빼빼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도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가게마다 눈과 입을 현혹시키는 빼빼로를 사서 아이들과 친구, 이웃들에게 나눠줬을 것이다.

대기업의 상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데이만 생각하고 빼빼로를 선물하기 바쁜데, 그 전에 우리 농민의 노고를 생각하고 우리 쌀로 만든 건강한 간식 가래떡을 소비하는 것이 더 뜻 깊은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농업인의 날 의미도 살리고자 쌀 소비촉진을 위해서 2년 전부터 합천군 여성농민회와 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학교와 학교입구에서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2~3년 가래떡데이를 진행하다보니 이제는 알아서 가래떡을 달라고 하는 학부모들과 학교, 아이들이 많아졌다.

올해도 농업인의 날을 맞아 가래떡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침 일찍 가래떡을 나눠주고 저녁에는 합천읍에서 가래떡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빼빼로데이라 불리는 날에 빼빼로를 열심히 파는 편의점 앞에서 좀 어색했지만 열심히 오고가는 학생들과 군민들에게 가래떡을 나눠주며 의미를 설명했다. “오늘은 농업인의 날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가래떡 나눔 행사를 합니다”라며….

저녁 먹는 시간이 되다보니 너도 나도 가래떡을 찾으며 받아가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쌀 한 말이 동이 났다. 어떤 어머니와 할머니는 “그래 요즘 쌀값이 많이 안 좋은데 오늘만큼은 가래떡을 먹어야 우리 쌀이 소비된다”며 집에 있는 가족들 것까지 챙겨갔다.

지난해보다 배로 늘려서 올해는 한 열다섯 말 정도 가래떡을 뽑았지만 여전히 가래떡은 모자랐다. 이날만큼 쌀이 소비된다면 우리 농민들의 근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수확기 쌀값이 바닥을 치면서 개사료 값보다도 싼 쌀이라며 농민들은 아우성이다. 그리고 얼마 전 농민들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종자개발을 해야 할 농촌진흥청에서는 GM개발사업단을 만들어 GM벼를 상용화하겠다고 한다. 우리 쌀을 더 발전시키고 식량을 지켜내야 할 농업기관이 식품안전과 국민들 건강에는 아랑곳없이 앞장서서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만들어 내겠다한다. 513%의 관세율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와 GMO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GM벼를 상용화 하겠다는 농진청을 보면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가래떡과 빼빼로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들 마음이 꼭 요즘의 정부를 보는 것 같아서 한편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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