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숫자로 본 가을 단상

  • 입력 2015.11.15 13:04
  • 수정 2015.11.15 13:10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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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1. 25%

전남 현장 나락값은 지난해 5만2,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담배 한 보루 보다 나락값이 싸다. 차마 개 사료 값은 언급 못하겠다.

근데 정부에선 쌀값이 8% 떨어졌다고 한다. 직불금으로 지난해 소득의 98%을 보전하니 걱정하지 말란다. 나락값은 돌덩이처럼 떨어지고 쌀값은 깃털처럼 떨어진다. 왜 그런가? 가공된 쌀 가격에 원자재인 나락값 하락분이 100%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차액분엔 이윤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직불금을 쌀값 기준으로 지급한다.

바깥출입 좀 한다는 농민이 말한다. 변동 직불금을 많이 주어야 하는 재정부담 때문에 정부가 나락값을 바닥치게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락값은 바닥이 있어도 쌀값은 바닥이 없다.

2. 59만톤

공공비축미와 추가 매입분을 합친 이른바 정부매입 물량이다. 이 발표를 10월 중순에 했으면, 59만톤보다 40만톤을 추가로 매입한다고 발표했으면 현장 나락값은 5만원 선을 지켰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수입쌀 재고물량 56만톤만 없었으면, 밥쌀용 수입쌀을 정부가 공매하지 않았으면 상황이 이보다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밥쌀용 수입쌀이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국민과 농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 확실하게 나락값을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농협중앙회도 회원농협에게 나락 자체매입 가격과 물량을 “신중히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사람 죽여 놓고 장례비를 도와주는 격이다. 추가 매입분 20만톤 배분 때문에 동네 이장만 죽을 맛이다.

3. 3,000억

농협이 일 년 동안 면세유 부당 편취로 벌어들인 추가 수입분이 3,000억(최규성 의원, 국정감사 발표)이다. 면세유 200L에 많게는 2만원씩 더 받았다는 거다. 농협주유소에서 일반인에게는 1,250원에 파는 경유를 농민에게는 1,350원에 팔았다.

필자는 십 수년 동안 오이 비닐하우스를 했고 최규성 의원식으로 계산하니 일 년에 200만원을 이른바 배달비로 지급했다. 농민은 기름을 일반 국민보다 비싸게 산다. 15년이면 3,000만원. 할 말을 잃는다.

4. 40%

80가구 중 30가구가 11월 14일 대회에 참가한다. 그래서 한 차, 강진에서 서울까지 여섯 시간, 다리를 펼 수 없는 좁은 버스에서 관절이 얼마나 아플까?

참가자 평균 연령 75세, 가족 결혼식과 시제와 생일 축하상을 뒤로 하고 그 분들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대회에 빛나는 것은 단연 의지와 의리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겠다는 의지, 내 이웃과 내 아들 같은 농민회원과 매일 방송하는 이장과의 의리, 이것이 14일 서울에서 빛날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아직 걸 것이 남아있다면 단연 의지와 의리다. 남녀노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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