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 역사와 가치가 폄하되는 국정교과서 안된다

  • 입력 2015.11.15 11:3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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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논쟁이 뜨겁다. 농민들은 지금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시름하고 있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이제 전면적 농산물 수입개방은 그나마 어렵게 지켜왔던 터전마저 내놓을 지경이다. 농업의 위기 농민의 위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삶 또한 다르지 않다. 재벌과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옆도 돌아보지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마당에 정부가 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퇴행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규제 철폐를 외쳐 왔다.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거친 표현을 써 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야 말로 암 덩어리보다 더한 규제다. 보수정권의 이념은 작은 정부, 시장경제로 모아진다.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 정부는 공정한 경쟁이 되게 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거다. 국정교과서는 이러한 규제철폐에 반하는 강력한 규제를 만드는 것과 같다.

정부는 국정 교과서 논리로 분단 한국의 특수성을 내세우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주의는 특수성을 부인하고 보편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정부의 국정교과서 논리는 더더욱 민주주의 역행이자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의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정권이 국정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의식과 획일적 사고를 심어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2013년 보수진영에서 제작해 배포한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 시민혁명이라 할 동학농민혁명을 ‘살육’, ‘약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폭도와 만행으로 둔갑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제하의 식민지 수탈을 쌀 수출로 포장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에는 농촌의 변화를 통해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식의 기술을 했다. 이는 근대화가 철저히 농업 농민 농촌의 희생에 근거해 진행됐으며, 오늘날 농업문제의 출발점임을 부인하는 것이다.

농민은 우리 역사의 주체다. 임진왜란 때 무능하고 무책임한 임금은 궁궐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농민들은 농기구를 들고 왜군과 맞섰다. 구한말에는 반외세 반봉건 투쟁을 통해 부패한 나라를 일깨우려 나섰다. 70년대 농민들은 일방적 희생으로 오늘의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농민들은 개방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내하고 있다. 우리민족의 역사가 이렇게 농민들의 희생의 역사임이 분명한데 이것을 부인하는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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