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포전담당제도,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15.11.15 11:31
  • 수정 2016.07.25 21:17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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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수확기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수확이 모두 끝나고 농산물의 처분이 이루어지면 농민은 손에 쥔 결산서를 보면서 얼마를 벌었는지 확인하고는 막걸리 한 잔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버린다. 농사의 마지막을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결산이다. 결산으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북녘 농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 혹은 법인이 소유와 경영의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남측과 달리 북측에서는 농업생산에 있어서 소유와 경영의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단위가 협동농장이다. 이른바 ‘청산리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중앙)농업성-(도)농촌경리위원회-(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리)협동농장관리위원회 등으로 이어지는 북측의 농업지도관리체계에서 협동농장관리위원회가 협동농장을 경영하는 기구이다. 협동농장관리위원회가 생산에서부터 결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경영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단위 기구이며, 그 상급 기관들은 지도 및 감독의 기능은 행사할 수 있지만 협동농장의 생산 및 경영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협동농장의 몫이다.

협동농장 전체의 생산 및 경영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협동농장관리위원회에 있지만 그 내부는 수많은 경영단위로 세분화되어 있다. 여기서 경영단위라 함은 자신의 책임 하에 생산 활동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결산이 이루어지는 단위를 말하는데, 이 단위에서 협동농장의 농민들에게 실제로 결산이 이루어진다.

1990년 중반 이전에는 약 50〜100명으로 구성된 작업반이 경영단위로서 생산 및 결산을 책임졌고, 1996년 이후 분조관리제가 시행되면서 약 12〜20명으로 구성된 분조가 경영단위로서 생산 및 결산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분조는 작업반 보다 농민 수가 더 적기 때문에 각각의 농민들이 실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작업반 보다는 더 잘 반영되는 구조이다. 작업반에서 분조로 경영단위를 바꾼 것은 더 많은 성과를 거둔 분조에게 더 많은 소득분배를 보장하고, 해당 분조에 속한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소득을 분배받도록 한다는 목적이었다. 결국 생산과 결산을 책임지는 단위를 소규모로 함으로써 각각의 농민들에게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 식량 및 농업의 생산증대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분조관리제에 대한 국가적 시책에도 불구하고 분조관리제 도입-확산-정착 등의 과정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분조의 규모를 5〜12명 수준으로 보다 더 축소하고, 분조관리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조치가 진행되었지만 분조관리제의 확대 및 정착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도 그 당시 농사에 필요한 영농투입물자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의욕만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분조관리제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전반적으로 선순환으로 돌아서고 영농물자의 공급이 증가하면서 분조관리제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기 시작했고, 생산성 증가에 따른 소득분배의 증가를 농민들이 체감하면서 분조관리제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착되었다. 이처럼 분조관리제가 성과를 거두게 되자, 북측은 자신감을 갖고 그 다음 단계로서 포전담당제로 알려진 새로운 방식의 실험을 도입하였다.

포전담당제도는 분조가 담당하는 농경지를 몇 개의 포전(圃田)으로 나누어서 3〜5명 정도로 구성된 농민들이 담당 포전의 경작을 책임지고, 그 생산결과에 따라 소득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종전의 분조관리제에 비해 생산 및 결산을 책임지는 단위를 더욱 소규모로 축소함으로써 사실상 가족 단위의 영농과 비슷한 규모로 농사를 짓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농업관리방식의 개선조치를 강조하면서 포전담당제도의 확대 및 정착이 더욱 가속화되었고, 2014년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국분조장대회가 열린 이후 전국적으로 분조장 책임하에 포전담당제도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북측의 농업 및 식량생산은 최소 소비량 기준으로 약 92〜93% 수준의 자급률에 이를 정도로 회복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영농물자의 공급과 아울러 분조관리제에서 포전담당제도에 이르는 농업관리방식의 변화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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