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국농민대회가 보여준 농민들의 엄중한 경고

  • 입력 2015.11.13 14:07
  • 수정 2015.11.24 13:4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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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피땀으로 길러온 나락값이 폭락하자 광화문 청사 앞에 나락을 흩뿌렸던 농민들, 누렇게 익어 이제 막 수확을 앞둔 논바닥을 뒤엎었던 농민들, 시군청과 농협에 나락이 든 쌀가마니와 톤백, 배추를 쌓아올리며 항의하던 전국의 농민들이 지난 14일 서울 한복판에 모인 것이다.

20년 전 쌀값이나 지금의 쌀값이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피땀으로 일궈낸 풍년 농사를 갈아엎는 것은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 아픔과 같다. 농민을 외면한 나라에서 농업을 몹쓸 놈들에 맡길 게 아니라 농민이 지키자, 14일 민중총궐기로 썩어버린 개방농정을 갈아엎고 농민의 삶을 찾아오자”라고 외치며 전국농민대회를 준비해왔다. 성난 표정의 농민들은 이날 개방농정으로 파탄 난 농촌의 현실을 직시할 것과 농업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풀이 죽으면 동물도 죽듯이 농민이 죽으면 대한민국도, 국민도 존재할 수 없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농민들의 목소리는 생존권적 요구에서 그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새누리당의 해체까지 요구했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이 변해야 근본적인 농업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 김 의장은 전국농민대회를 앞두고 “국가라는 공동체가 일방적으로 가선 안 된다”라며 “문제는 정치다. 일단 내년 총선에서 민의가 정확히 반영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더 나아가 국민을 어려워하고 무섭게 여길 줄 아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11월 민중총궐기를 통해 형성된 물줄기가 그런 정치구조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었다. 전국농민대회로 분출된 농민의 목소리가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농민대회를 통해 보여준 농민들의 엄중한 경고가 정부와 정치권, 더 나아가 근본적인 농업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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