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소비는 늘어나는데 우유는 남아돈다

11월 특집호 개방 그리고 우리 낙농업의 현실

  • 입력 2015.11.08 14:1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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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합의안을 의결했다. 원유 과잉으로 벼랑 끝에 놓인 낙농산업이 지난달 31일 낙농진흥회 임시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연간총량제 한시적 중단, 쿼터 초과물량 리터당 100원 지급, 정상원유가 지불정지선 3.47%를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원유 과잉 대책은 또다시 낙농가들의 양보로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이번 합의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유 과잉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느냐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일단, 두고 보자는 거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는 내년 상반기에 원유가 부족한 상황이 도래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낙농업계에선 이번 합의로 원유생산량 7.4%의 감산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낙농가들은 평균 7.4%를 감산한 셈이다. 이는 체감적으로는 상당수 낙농가의 조수입이 10% 이상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원유 과잉 사태는 2011년 구제역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이후 공급이 부족하자 증산을 장려한 결과라는 것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 당시 민간 유업체에서는 버퍼쿼터를 남발해 가며 증산을 장려하지 않았나. 그것이 오늘 원유 과잉의 단초가 되었다.

아울러 수입 유제품의 증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유제품 소비량은 2004년에 307만4,000톤에서 2014년 364만5,000톤으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원유 생산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데 유제품 수입량은 2004년 85만2,000톤에서 2014년 177만4,000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오늘날 원유 과잉문제의 원인은 수급조절 실패와 축산 강국과의 FTA로 물밀듯 들어오는 수입 유제품으로 압축된다. 우유 소비 시장은 출산율 감소, 커피^생과일쥬스 등 대체음료 증가 추세에 따라 감소하고 있다. 반면 소득이 증가하고 서구화된 식생활 탓에 치즈와 같은 유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유제품 시장을 수입품이 독차지 하는 바람에 국내 우유의 수요처는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우유는 세계에서 비싸기로 손꼽을 정도다. 품질과 산유량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생산비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생산비의 60% 가량 차지하는 사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해결이 없으면 우유값은 잡을 방법이 없다.

우리 낙농산업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소비 부진, 수입 유제품, 높은 생산비. 낙농가들을 지탱해주는 것은 ‘쿼터제’와 ‘유가연동제’이다. 그런데 쿼터제는 집유주체별로 개별 관리되다 보니 전국 단위의 수급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유가연동제는 원유과잉을 맞으면서 시장 질서에 맞지 않는 제도라며 눈총을 받고 있다.

유제품 소비가 쌀을 능가하는 시대. 우유는 이제 제2의 주식으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현실은 처치곤란 남루하다. 한국농정신문은 11월 특집호에서 우리 낙농업의 현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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