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쿼터거래 관리했어야…”

생산 감축 넘어 실효성 있는 FTA 대책 필요

  • 입력 2015.11.08 13:15
  • 수정 2015.11.08 13:2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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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 낙농가들도 서울우유의 경영난과 타업체 납유 농가들의 쿼터 감축 소식을 접하며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일 찾은 경기 안성시의 이세찬 서울우유 조합원의 축사는 아침부터 결핵검사로 분주했다. 아침저녁으로 짠 우유는 매일 한낮에 조합 집유차가 실어간다. 매일 새벽 5시면 축사에 도착한다는 이씨는 “우유를 짤 때도 등급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지금은 1등급이지만 유방염이라도 발병하면 이튿날 2등급으로 떨어진다”며 매주 휴대폰 문자로 전송되는 1등급 기준을 보여줬다.

▲ 서울우유 집유차가 지난 2일 경기도 안성의 한 목장에서 원유를 집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씨는 “낙농인이 5천여명 밖에 없는데 이 숫자는 유지해야 한다”면서 “쿼터를 줄여야 한다면 줄이겠지만 소규모 낙농가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쿼터를 줄여야 한다면 농가규모별로 차등을 나눠 소농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리터당 70만원을 주고 산 쿼터를 10% 줄이면 앉아서 수천만원씩 손해 본다. 그런데 과연 누가 십자가를 질거냐”며 조합에서 쿼터 감축 논의가 나오긴 쉽지 않을 걸로 내다봤다. 이씨의 쿼터량이 940리터이니 10%를 감축하면 94리터가 줄어든다. 수급이 안정될때까지 잠정적으로 감축하는 양이기에 매매는 할 수 있지만 당분간 6,580만원어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셈이다.

쿼터 거래를 자율로 풀어놓자 조합이 쿼터에 손을 댈 수 없는 수준으로 쿼터의 가치가 치솟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조합에서 쿼터를 매수해 모자랄 땐 풀고 남을 땐 회수해야 하는데 거래를 자율로 풀어놓으니 이 지경이 됐다”며 “자율거래에 맡긴다면 가격이라도 공시했어야 했다”고 탄식했다.

이어 이씨는 “소를 팔아도 1마리에 70~80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 쿼터초과 원유는 리터당 100원에 사는데 분유로 받으면 300원으로 쳐준다. 이런데도 낙농가에 원유공급 과잉 책임을 떠민다”며 정부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시에서 젖소 90두를 사육하는 현연수 서울우유 대의원은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주인으로서 경영이 어렵다면 쿼터를 줄이는데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누가 나서서 줄이자 하기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합원 중 70%가 쿼터만큼 원유를 공급하지 않는데도 우유가 남는다. 그렇다면 농식품부가 나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책이 없다”며 “FTA로 수입 유가공품 규모가 늘었다고 농가들 생산을 줄이라는데 지금도 근근히 사는 농가들은 생산마저 줄이면 타산이 맞지 않는다. FTA와 관련한 정부지원도 여러 조건에 걸려 많은 낙농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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