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유업체 납유 농가, 추가 쿼터감축 칼바람

연간총량제는 옛말…“쿼터 구입에 농가들 빚만 늘어”

  • 입력 2015.11.08 13:13
  • 수정 2015.11.08 13: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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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전체 낙농가의 40% 남짓을 차지하는 일반유업체 납유 농가들은 중소업체부터 시작한 추가 쿼터 감축 바람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미 이들 사이에서 연간총량제는 옛말이다. 15일 기준인 보름단위 산정방식이 보통이다. 심지어 쿼터초과원유는 아예 집유를 하지 않아 폐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세찬 칼바람이 중소유업체 납유 농가들을 휘감아 돌고 있다.

부산우유협동조합에 이어 비락우유도 지난달 1일 쿼터를 5% 추가 감축했다. 서석보 한국낙농육우협회 경북도지회 부회장은 “종전 8% 감축을 합치면 총 13% 감축으로 업계 최고 감축치이다”라며 “그나마 아예 가져가지 않던 쿼터초과 원유는 리터당 100원에 가져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 부회장은 “초과 우유 폐기도 하루이틀이지 계속 남으면 소를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며 “회사에서 20만원씩 지원해 도태한 소보다 초과물량 때문에 도태한 소가 훨씬 많을거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나마 도태자금 지원도 지난달 30일로 기한이 끝났다.

지난 6월엔 비락우유 납유 농가들이 대구에서 전체 총회를 열고 투명한 회사 경영과 쿼터감축 반대를 결의했다. 서 부회장은 “농가들이 회사가 망해도 더는 추가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5% 추가 감축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어렵다니 농가들도 더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중소유업체들은 소비 감소에 메이져업체의 물량 공세가 겹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환수 낙농육우협회 빙그레연합지회장은 “최근 공장에 가보니 분유가 산더미로 남았더라. 창고를 또 임대해야 한다니 낙농가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 이환수 지회장은 올해 젖소를 100두에서 80두로 줄였다. 그는 “쿼터량을 5% 감축하면서 월수입이 400만원 줄었다. 일반유업체 납유 농가들을 고려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빙그레의 1일 집유량은 420톤인데 그 중 66톤이 분유로 쌓인다. 그는 “이미 올해 5% 쿼터를 줄였는데 협상은 하겠지만 또 줄이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낙농가는 원유수급이 불안정할수록 쿼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터당 6만원대였던 쿼터 시세는 현재 리터당 50~60만원, 최고 70만원에 달한다. 이 지회장은 “쿼터 구입에 농가들 빚이 늘고 있다”며 “이러다가 돈이 있는 사람만 낙농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비싸게 쿼터를 마련해도 연간총량제가 아닌 보름 단위 정산으론 100%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2개월 남짓한 건유 기간과 습한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철엔 원유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간총량제는 연말에 모자란 분량을 만회할 방법이 있지만 15일 정산은 그럴 틈이 없다. 초과분유는 리터당 100원에 집유하니 리터당 6~700원이 드는 생산비를 감안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농가로선 평균생산량을 쿼터량보다 낮게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지회장은 “쿼터량의 7~80%를 짜면 많이 짜는 편이다. 빙그레는 자가생산소만 인정하고 입식 소는 인정하지 않아 쿼터량을 짤 수가 없다”면서 “그런데도 재고가 매일 66톤이 남는다니 대책이 없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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