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홍보도 하고 양보도 할만큼 했다”

정부 산하 낙농진흥회에서 유대 체불까지 거론

  • 입력 2015.11.08 13:10
  • 수정 2015.11.08 13:1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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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낙농가들은 한 해 내내 원유 공급 과잉의 책임을 전적으로 짊어진 채 쿼터 감축과 젖소 도태를 강요받았다. 원유가격연동제도 위협받는 모습이다. “우유 생산을 수도꼭지처럼 잠글 수 있냐?”는 이들의 물음에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다.

낙농가 사이에서도 낙농진흥회, 일반유업체, 서울우유 등 집유 주체별로 입장이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똑같았다. 쿼터 감축과 증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말고 수급을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낙농가 수는 전국을 통틀어 겨우 5,600여 농가 남짓이다. 쿼터 매매가는 리터당 6만원에서 50~70만원으로 치솟았다. 정녕 낙농을 포기할건가.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낙농진흥회에 납유하는 낙농가들은 최근까지 원유정상가격 지불물량(쿼터) 추가 감축 압박에 시달렸다. 최근 이사회에서 가까스로 쿼터 감축은 막았지만 대신 연간총량제는 이달부터 중단됐다. 한시적이란 단서가 붙었지만 낙농가들에겐 적잖은 타격이다.

▲ 지난 2일 경기도 화성의 진주목장에서 박응규 대표가 착유를 위해 젖소를 몰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기 화성시에서 젖소 90마리(착유우 40마리)를 사육하는 박응규 진주목장 대표는 “내 쿼터량이 1톤인데 이달에 900리터밖에 생산하지 못하면 100리터는 못 찾게 된다. 하루 100리터면 10만원이 넘는데 죽을 수밖에 없다”며 “낙농진흥회는 정부가 만든 기구인데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박 대표는 “수급조절이 안 된다고 해서 올해 10마리를 도축했다. 낙농진흥회 납유 농가끼리 만나면 무슨 정책이든 먼저하니 피해를 본다고 얘기를 한다”면서 “내년도엔 다시 논의를 해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낙농진흥회에 납유를 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부터다. 그 전에 계약을 맺은 업체가 부도가 나며 안정성이 있는 낙농진흥회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낙농진흥회에서도 유대가 체불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니 기막힐 뿐이다. 그는 지난날, “유대에 대한 불안함은 피를 말렸다”라며 “정부 산하 기구에 가입한 죄밖에 없는데 유대를 체불한다면 맞지가 않다”고 개탄했다.

진주목장은 2000년대 초, 박 대표가 소비자단체의 축산환경에 관한 편견을 접한 뒤 목장의 현실을 알리겠단 생각으로 조성한 체험목장이다. 지난 2일 찾은 진주목장은 수십여 명의 유치원생들이 찾아 체험활동을 하고 있었다. 축사에선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로봇착유시스템에 따라 착유작업이 진행됐다.

박 대표는 “매일 200~300리터를 치즈나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체험으로 소모하지만 비수기일 땐 남게 된다”며 “로봇착유기는 부품도 수입해야 해서 소모품에 경비가 많이 들더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우유 홍보도 하고 금까지 양보도 할만큼 했다. 그런데도 원유 과잉 문제의 모든 책임을 낙농가에 전가하니 분하고 억울하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김종국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사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보름 단위 산정과 초과원유가격 100원 고정안을 받았지만 수급이 안정되면 다시 재논의할 것이다”라며 “유업체들이 겪는 경영난은 우유를 조금 받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현재 낙농진흥회 점유율로는 수급조절이 어렵다. 유업체별로 각자 관리하는 우유생산량을 하나의 쿼터로 묶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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