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만 농민이 몰려 온다

  • 입력 2015.11.07 11:46
  • 수정 2015.11.07 12: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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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전국 방방골골의 농민들이 머리끈을 동여매고 서울 한복판으로 나온다. 박근혜 정권 3년을 맞이하며 농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쌀 전면 개방은 실질적 타격은 미미할 지라도 심리적 충격은 너무 크다. 그나마 관세화 개방과 더불어 밥쌀 수입중단을 기대했던 농민들은 정부의 기습적 밥쌀 수입에 망연자실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농민들은 지어먹을 농사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땅에서 나는 것 치고 돈 되는 것이 없다”는 아우성이 전국을 들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봄이면 씨앗을 뿌려 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쌀값이 폭락했다. 정부의 발표는 8% 내외라고 하지만 농민 체감분은 20%도 넘는다. 월급쟁이의 월급이 하루아침에 20% ‘잘려’나온 셈이다. 그대로 감수해야만 할까. 그 뿐 아니다. 모든 농산물값이 폭락했다. 올해 들어 직접 농산물을 팔아보겠다는 농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친분에 맡기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동원해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줄 소비자들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강원도 철원의 쌀 농가도 여기저기 인맥을 동원해 쌀을 팔기 여념이 없다. 작년 20kg에 6만원에 팔던 ‘오대쌀’을 올해는 눈 딱감고 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진주의 단감 재배 농민은 SNS에 단감 직거래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의 감귤농가 역시 견본품을 돌리면서 소비자를 찾는다.

언론에서는 올해 김장비용이 예년에 비해 적게 들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도시 소비자들의 김장 부담을 농민들이 고스란히 전담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모두 써 봐도 농민들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폭락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농산물은 ‘잠재적 공급과잉’이다. 농민들 스스로 시세가 좋을 만한 농산물로 몰려다니고 있다. 우연히 가격이 좋은 작목이라도 생기면 곧 정부의 재단이 시작된다. 정부는 TRQ증량이라는 방법을 통해 관세를 대폭 깍아 국내 시장에 들여오고, 농산물 가격은 곤두박질친다. 업자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수입농산물을 들여와 폭리를 취한다. 이래저래 농민들만 그 피해를 옴팡 뒤집어 쓴다.

그래서 농민들이 11월 14일 서울에 모인다. 농사짓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인 시대인지, 그 고충이 얼마나 절박한지, 농민들의 절규가 서울 한복판에 쏟아진다. 이는 또한 더 이상 방치하다간 농민들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공동의 경계경보다. 지금의 농정으로는 농업 농민 농촌을 지탱할 수 없다. 국가가 사회가 농업에 더 많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농민도 국민으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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