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줄이고 경쟁력 확보에 정책 집중하겠다”

[인터뷰]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

  • 입력 2015.11.06 17:09
  • 수정 2015.11.07 14:0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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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우유 시장은 정체되고 유제품 시장은 늘고 있다. 불행하게도 유제품은 수입산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수입유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싸워야 한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가격구조로는 어렵다는 것. 가공원료유 지원 또한 “(예산이)적으면 늘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수급문제를 해소하는 데 예산을 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출이든 내수든 출구에 대한 고민이 전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유과잉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

지난 2011년 구제역 이후 증산 장려와 2011년, 2013년 2차례에 걸친 원유가격 인상이 있었다. 낙농가들이 증산 의욕이 생길만한 여건이었고, 온화한 날씨, 연간총량제 등이 원유과잉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원유생산량이 줄어들자 유업체간 원유확보 경쟁으로 낙농가와의 계약물량 증가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낙농가들은 ‘공급과잉’의 가장 큰 원인으로 FTA 등 개방정책을 꼽고 있다. 더구나 FTA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국내 수급 불균형의 원인은 FTA 등 개방과 국산 생산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판단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미, 한-EU 등 FTA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유가공업체 생산시설 및 운영자금(이차보전) 지원, 가공원료유 지원사업, 원유생산비절감 우수조합 지원 등은 사업비를 확대해 지원 중이다. 가공원료유 지원사업의 경우만 봐도 2012년 2억원이던 지원규모가 2013년 57억, 2014년 122억에 이어 올해 140억원까지 늘었다. 내년엔 170억 정도로 높일 계획이다. 쓸 수 있으면 예산 더 높이겠다. 단, 수급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우유가 남으니 예산 세워 치즈를 만들자고 할 순 없다. 수출이든 내수든 다 쓸 수 있는가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원유과잉 문제는 낙농가의 희생이 해법이 되고 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현재 국내 분유재고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생산 감축과 더불어 수요확충이 중요하다. 여기엔 반드시 낙농가와 유업체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낙농가들은 시장 수요를 반영해 수급이 안정된 2013년 수준인 210만톤 정도를 유지하도록 자율적인 생산 조절이 필요하고, 유가공업체 또한 소비자 요구에 맞는 치즈·발효유 등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해 수출을 늘리는 등 수요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학교나 군의경의 우유급식을 확대하는 데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수출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소비홍보를 위해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으론 낙농진흥회가 전혀 수급조절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원유 취급량도 적고 상대적으로 진흥회 농가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도 드러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원유와 유제품의 수급 및 가격 안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낙농진흥회가 설립돼 현재까지 수급조절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995년 WTO체제 출범으로 이듬해 8월 낙농종합발전대책을 수립하면서 원유의 집유 창구를 낙농진흥회로 일원화 했다. ‘일원집유 다원판매’ 체계를 통해 민간 주도의 원유수급조절 기능 강화를 추진하자는 의지였다.
진흥회가 지난 2002년 사상 유례 없는 잉여원유 해소를 위해 ‘잉여원유 차등가격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수급조절을 추진하면서 전국 수급안정에 힘을 쏟았다. 물론 중간에 쿼터제 도입문제로 서울우유, 부산우유 등이 진흥회를 탈퇴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당초 ‘일원집유’ 방향이 흐트러지니까 2014년처럼 원유 수급 불균형문제가 발생했을 때 동력을 얻지 못한다. 진흥회가 주축이 돼 전국 공통 수급안정대책을 추진코자 했지만 집유주체별 수급대책이 각각 추진되다 보니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진흥회 이사회에서 의결한 원유생산감축대책은 국내 모든 집유주체가 추가 수급안정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물론 낙농진흥회 취급 물량은 전체의 23% 수준이지만, 진흥회의 증·감산 대책 등은 서울우유·일반 유업체에게 전파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진흥회 소속이냐 일반유업체냐 등 소속여부에 따른 소득 차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규모, 생산비 절감 노력 여부, 위생등급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우유는 1인당 국민소비량이 쌀을 앞지른 중요한 기초식품이다. 수급조절이 총체적 난국인데 정부가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낙농정책은 무엇이며 앞으로 추가·보완에 대한 계획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식생활 변화 등에 따라 유제품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농업생산액의 5%, 축산업 생산액의 12.5% 차지할 정도로 위상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낙농은 수급불균형 상황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생산과잉·부족 등의 악순환이 거듭돼 왔고, 막대한 수급조절자금이 투입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따라서 FTA 확대, 국제 낙농여건 변화, 소비감소, 다양한 대체음료 등 국내외 여건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가격이나 수급조절 중심의 정책 추진에 따라 생산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 노력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고, 시장상황이 고려되지 않는 원유가격 결정방식, 집유주체별 쿼터관리 문제 등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앞으로 이러한 불합리한 수급조절제도는 정비해 나가고, 생산성 및 품질향상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향을 담아 내년 상반기 중 우리 실정에 맞는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낙농산업은 EU 등 선진국에 비해 사육규모, 생산비 및 원유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개발, 지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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