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들은 생산감축 고통 … 유업체·정부도 모범 보여야”

[인터뷰]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 입력 2015.11.06 17:06
  • 수정 2015.11.07 14:0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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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낙농가들은 자식 같은 소를 ‘폐기’하면서 잉여원유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유업체는 수입원유에만 눈독을 들이고 정부는 말로만 FTA 대책으로 일관한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최근엔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오해로 소비자들의 입방아에까지 오르고 있다.
손정렬 낙농육우협회장은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엔 동감한다. 하지만 밥 보다 많이 먹는 유제품 소비시대에 우유자급률은 60%에 불과한데도 국내 낙농가들은 왜 생산 감축을 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생각해 봤음 좋겠다”며 근본적인 수급불균형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

▲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국내 원유수급 불균형으로 낙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현장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말부터 쿼터삭감(5~11%), 착유소 도태, 초과원유 가격 인하 등 유업체 별 감산정책으로 인해 낙농가들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쿼터가 삭감되면 정상유대로 판매하는 물량이 줄기 때문에 농가입장에선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농가 평균 2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농가 폐업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국내 원유수급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국내 소비패턴은 시유중심에서 유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국민의 유제품 총소비량은 365만톤으로, 이중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불과하다. 시유소비는 2010년 대비 정체돼 있는 반면, 유제품 수입량은 48.3%나 폭증한 상황이다. 즉 늘어난 유제품 소비량을 수입유제품이 차지한 셈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수급과 연계된 분유수입이 증가해 국산분유 사용처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FTA 분유 무관세 쿼터 물량이 전체 분유수입량의 40.9%를 차지할 정도로, 무관세 쿼터가 국내시장을 교란하는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즉, FTA에 대한 미흡한 정부대책 탓에 수입유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유과잉 사태의 원인을 현행 원유가 제도나 쿼터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원유과잉 원인을 원유가격연동제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2011년 구제역 당시 원유생산량이 크게 부족했지만 우유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원유가격은 수급상황보다 생산비 변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조정하기 때문이며, 일본, 캐나다, 영국 등 낙농선진국에서도 생산비를 기준으로 원유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수요가 감소한다고 생산을 감축할 경우 농가는 젖소 도태 등 생산수단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만일 우유가 부족할 경우 단기간 내 우유 생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 낙농업의 중요한 특성이다. 때문에 단순한 시장논리로 가격을 조정할 경우 낙농기반을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지난 2002년부터 유업체 별 쿼터제가 도입이 되었고 낙농가는 쿼터 범위 내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국적인 쿼터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수급 안정대책이 마침내 타결됐다. 연간총량제 한시적 유보(수급안정시 까지) 등 생산자 측에서 제시한 안으로 타결됐는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진흥회 농가들이 생산 감축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 다만 농가간 형평성과 유업체 공급계약량 문제를 계속 제기했을 뿐이다. 또 현재의 원유수급 불균형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른 정부, 생산자, 유업체의 고통분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진흥회 원유수급상황 실태조사 소위원회가 구성돼 운영된다. 조사결과를 보니 2010년 대비 정상가격 지불정지선 하향조정을 포함한 총 쿼터 변화를 보면 진흥회가 5.0%, 일반유업체가 1.8% 감소했고, 연간총량제는 진흥회와 서울우유만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농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연간총량제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되, 3.47% 정상가격 지불정지선을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환원하자고 생산자측에서 역 제안한 것이다.
진흥회 쿼터가 삭감되면 유업체가 이를 빌미로 무분별한 쿼터삭감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현재 낙농문제의 근본 대책으로 생산자 중심의 전국단위 쿼터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전국적인 우유수급안정을 위한 제도의 부재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갈피를 못 잡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낙농가가 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여년간 우유수급 안정을 위해서 또, 농가간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항상 되풀이 되는 말이 ‘전국단위 쿼터제 실시’이다.
낙농진흥회의 태생적 한계와 설립목적인 집유일원화 실패 등으로 전국적인 우유수급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국과 같이 생산자중심의 전국단위 쿼터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생산자위원회 설치 및 협동조합 중심으로 집유일원화를 통해 생산자에게 생산자율권을 부여하되, 낙농 특성상 계절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잉여분에 대해서는 정부개입을 통해 낙농기반을 유지해야 한다.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EU FTA 발효가 된지 만 4년이 넘었다. 이후 유제품 수입의 급증으로 낙농산업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낙농가가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부대책은 미미하다고 느끼는 게 현장 농가의 한목소리다.
때문에 우리 협회에서는 FTA 원유수급 안정대책 요구안으로 생산자중심의 전국단위 쿼터제 실시, 낙농특성을 반영한 FTA 피해보전직불제 개선, 제도적인 우유소비 확대책 마련, 대북 분유 지원, 국산우유 사용 확대(K-MILK) 지원, 무허가축사 근본대책 수립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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