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생산자·유업체, 개방시대 발빠른 대처 못했다

[ 전문가 기고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입력 2015.11.06 17:02
  • 수정 2015.11.17 09:40
  • 기자명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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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기고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금년 1월 말에 이미 2만 톤(원유환산 약 20만톤)을 넘어선 분유재고가 요지부동의 현상을 보이면서 줄어

▲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급의 불균형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가공업체는 업체대로 광고비까지 줄여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부담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고, 농가는 농가대로 초과원유가격의 인하, 착유소의 도태, 원유의 기본가격 동결 등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조여들어오는 유가공 및 집유주체의 추가적인 원유의 감산압박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수급 불균형 현상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발등의 불은 꺼야한다. 발등의 불을 끄는 데는 우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농가와 유가공업체, 그리고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농가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저능력우를 과감히 도태시키고 추가적인 감산도 감행해야 한다. 아울러 생산성 향상과 경영의 합리화를 통해 원유의 생산비를 대폭 절감해 나가야한다. 우유는 남아도는 데 우유 값은 왜 내리지 않느냐는 소비자 단체들의 볼멘소리를 곰곰이 되새겨 봐야한다. 낙농가들은 생산비를 절감해서 원유가격의 인상요인을 제거해나가는 일이 최소한의 조치이고 의무임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유럽공동체(EU)의 낙농가들은 지난해 1월 원유 100㎏에 평균 40유로(522원/1㎏)나 받던 원유가격을 금년 4월에 쿼터제가 폐지된 이후 급속한 가격하락을 겪으면서 급기야 6월에는 작년 1월보다 25%가 떨어진 30유로(392원/㎏)를 받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만 봐서는 아니 된다. 세계 낙농산업이 각자의 돌파구를 세계로 눈을 돌려 찾아 나서고 있다. 오늘 우리 낙농업계가 겪는 어려움도 사실상 이해당사자 모두가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온 결과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유가공업계는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보급에 과감히 투자하고, 공동마케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유업체가 학교우유급식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고 호소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소비패턴에 맞춰서 우유를 공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업체가 반성해야한다.

우유의 포장만 해도 종이팩 포장이 언제부터 보급된 포장인가? 뚜껑이 있는 얇은 플라스틱포장으로 바꿔야 한다. 한번 개봉하면 모두 마시든지 버려야하는 포장을 아이들이 원하겠는가? 아이들이 언제든지 마시고 싶을 때 조금씩 즐겨 마실 수 있게 해주고 마시라고 해야지 않겠는가? 우유의 포장혁명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인구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에 합리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기능성우유를 개발·보급해야 한다.

또한 적어도 백색시유에 대해서는 회사별 상표광고를 지양하고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홍보, 대중국 수출경쟁 등에 대해서는 유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공동마케팅(generic marketing)전략을 구축해야한다. 광고를 늘려도 소비증가가 어려운 시기에 유업계는 경영압박을 이유로 시유의 광고를 전면 또는 대폭 줄였다. 전체적인 광고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차제에 공동광고(generic advertising)체제를 구축해야한다.

정부는 국내산 양질의 분유를 관련업계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국내산 분유시장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한다. 국내산 분유 재고가 누증되어 분유의 시장가격이 혼합분유 수준까지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분유의 수요자가 없다.

수입산 전·탈지보다 혼합분유 품질이 낮은데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제과·제빵)가 국산분유를 사용하면 제품의 품질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다시 국산분유의 재고가 줄어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원활치 못할 경우 품질이 비슷한 수입 전·탈지분유가 아닌 혼합분유를 사용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과·제빵업체는 제품의 품질균일화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원료확보를 위해 국내산 분유가격이 낮더라도 국내산 분유의 사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고, 국내 분유의 재고과잉에도 불구하고 혼합 및 전·탈지분유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공원료유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국내산과 수입산 분유의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상호 보완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현재의 재고부터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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