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집유주체가 진단한 낙농업의 위기

  • 입력 2015.11.06 14:47
  • 수정 2015.11.06 15:2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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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집유주체인 서울우유와 낙농진흥회, 민간유업체(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를 통해 낙농업 전반이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한 진단과 원유과잉에 대한 수급조절 노력, 해법을 확인했다.

박경철 기자

◇ 원유가 그대로인데 제품가 내리라는 건 유업체 죽으라는 것
박상도 한국유가공협회 전무

유가공업체 전반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소비보다 생산이 많다는 점이다.
올해 생산된 원유로 분유를 만들어야 되는데 이미 재고분유 2만톤이 쌓여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2,400억원 정도다. 앞으로 소비가 늘어날 전망도 안 보인다. 유제품보다 커피와 탄산, 과즙음료가 많이 소비되면서 대체음료 시장이 급성장했다. 우유소비는 2000년에 비해 6%가 감소했다. 소비가 없는데 생산이 계속되면 유업체만 힘들어진다. 근본적으로 출산율의 저하, 영유아와 초등학생 등 우유 소비층이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우유급식 물량이 전체원유 생산량의 6~7%를 차지했는데 감소하고 있다. 생산을 안 줄이면 원유가 과잉 생산될 수밖에 없다.
물가인상률에 생산원가, 생산비를 반영한 원유가격연동제로 1965년 이후 원유가격이 내린 적이 없다.
해외 원유가격은 내려가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심지어 미국, 중국에서도 20% 이상 내리고 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제품은 남는데 왜 가격을 안 내리냐고 한다. 원유가격이 안 내려가는데 제품 가격을 내리라는 건 유업체보고 죽으라는 것이다.
원유가격은 건드릴 수 없지만 유업체에 공급되는 원유량을 줄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농가소득이 줄겠지만 유업체는 그것보다 더한 고통을 받고 있다. 낙농가의 이해가 필요하다. 가격도 비싼데 애국심에 호소해서 국산우유 먹어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위기상황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유가공업체는 소비를 확대하고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공급을 줄이는 3박자 밖에 답이 없다.

◇ 낙농생산기반 해치지 않는 생산감축 시스템 실현돼야
윤형윤 낙농진흥회 낙농기획부 수급기획팀장

낙농업 전반으로 보면 생산량이 증가했고 수요는 감소했다.
수요감소는 인구 감소에서 비롯됐다. 주 소비계층인 영유아보다 노령인구가 증가한 것이다. 낙농업의 수급조절을 하는 입장에서 시스템이 작동 안 된다는 불편한 점이 고충이다.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의견조율 자체가 힘든 점이 문제다.
산업전반의 개선책은 국내 낙농생산기반을 크게 해치지 않는 가운데 시장원리가 도입돼야 한다. 시장원리라는 건 생산이 잉여가 됐을 때 생산이 감축될 수 있는 수급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 생산감축 유도 정책으로 초과원유가격 1리터당 100원에 지불정지선을 3.47%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생산증가라 추가감산대책이 불가피하다.
10월 말 이사회에서 연간총량제를 한시적으로 유보해 7.0% 이상 생산이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생등급 하위등급에 대한 패널티 강화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3년 생산량 수준까지 감축하는 걸 목표로 했다. 올해 진흥회 생산량은 51만2,000톤으로 보고있다. 2016년엔 48만9,000톤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맞게끔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각 이해집단끼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답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제도개선을 위해 전국단위쿼터관리제 도입 등 중장기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 FTA체결, 외국공룡의 시장 잠식 … 경쟁력 부족·소비도 줄어
문승주 서울우유 홍보실 팀장

유업계가 어렵다. 풀어갈 방법을 연구하는데 방안이 별로 없으니 답답하다.
FTA가 시행된 이후에 치즈, 버터 등 부가가치가 있는 해외 유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와 시장을 잠식했다. 낙농대국으로 알려진 오세아니아나 유럽쪽과 비교하면 경쟁이 안 된다. 품질은 뒤처지지 않지만 생산비가 높아서다. 그런 상황에서 FTA가 된 것이다. 더불어 국내 낙농가가 생산한 신선유의 소비도 줄고 있다.
여러 고민 끝에 수출도 모색했다. 중국에도 수출하고 인도 수출을 위해 할랄(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뜻으로 주로 이슬람법상 먹을 수 있는 것) 인증도 받았다. 또한 저출산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장년층 제품도 계발하고 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노력은 많이 하고 있는데 밖에서도 큰 공룡과 싸워야하고 내수시장에도 공룡이 들어와 있어 참 어렵다.
협동조합의 형태가 강점일 수도 있고 뒤집으면 단점도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낙농가가 생산하는 원유를 가공·판매하는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에 집중하고 다른 데 한눈팔지 않으니 전문성도 있다. 뒤집으면 사업 다각화에 제한이 많다. 타업체는 흰우유에서 손해를 봐도 외식사업 등으로 수입을 맞춘다. 이러다보니 서울우유의 적자폭이 가장 크다. 사업을 집중한 것에 대한 역풍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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