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약에 대한 올바른 인식

  • 입력 2015.11.06 14:05
  • 수정 2015.11.06 14:06
  • 기자명 방민우 생명마루한의원 분당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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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우 생명마루한의원 분당점 원장

“한약을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던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묻는 환자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러한 종류의 근거 없는 부정적인 소문은 한방에 대한 지식 부족, 한방 치료에 대한 홍보 부족과 한약재를 시중에서 임의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한약재를 임의로 살 수 있다 보니 이것저것 달여 먹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사실상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는 300가지가 넘는데 이 중에는 독성이 있는 한약재가 있다. 이는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부자, 초오 같은 약재들은 독성이 있는 대표적인 약재다. 하지만 처방에 따라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한의사의 전문적인 처방이 아닌 개인이 임의로 구매해 먹다 사고가 나는 경우를 두고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비약적인 논리를 펼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한약을 지어먹고 싶어도 중국산 약재가 대부분이라는 뉴스를 보고 꺼린다는 환자들도 많다. 중금속, 농약 등에 노출됐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니까 그런 걱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식품용 한약과 의료용 한약의 유통과정을 알고 있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식품용 한약은 마트나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이고, 한의원에서는 의료용 한약만 쓸 수 있다. 식약처에서 정해둔 기준과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쌀보다 안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재는 “국산이 제일 좋다더라”는 소문도 틀렸다. 임상에서 쓰이는 수많은 약재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약재가 있다. 수입산 약재가 기원종인 경우 국산이 무조건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일부 한약재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거나 아예 생산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100% 국산 한약재를 고집한다는 것은 약재의 효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녹용을 국산으로 지어달라는 환자분들이 많다. 국산이면 무조건 약의 효능이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녹용은 러시아와 같은 추운 지역에서 생산된 녹용만이 약효가 있다. 러시아산 녹용을 ‘으뜸 원’자를 써서 원용이라고 부른다. 국산 녹용은 ‘약’이 아닌 ‘식품’으로만 유통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릴 때 “녹용을 많이 먹으면 바보가 된다더라”는 걱정도 결국 잘못된 소문이다. 녹용은 혈관, 신경, 뼈를 만드는 성장인자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성장촉진이나 뇌기능 활성, 면역력 향상에는 그 효능이 매우 뛰어나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 면역력이 저하돼 대상포진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허약한 노인 등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보약 중의 보약이다. 조선시대에는 녹용은 아주 귀한 약재로 분류돼 모두 궁중에 상납됐다. 형편상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 보약을 많이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느니 하는 우스갯소리로 합리화해야 했을 것이다.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며, 오히려 성장기에는 한의사의 처방에 따른 녹용 복용을 권장하는 것이 맞다.

중국 중의과학원 투유유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중국 전통의학으로 수상을 한 것은 중의학에 쏟아 부은 중국 정부의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도 한의학의 위상이나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한의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조차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오히려 앞서 열거한 근거 없는 소문이 난무하다. 황해쑥을 한약과 같은 방식으로 추출한 스티렌이라는 약이 임상시험과 현대화된 제조과정을 거쳤으니 이것을 궁극적으로 양약이라고 분류하는 게 ‘맞다, 아니다’를 가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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