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1.44%, 의성마늘햄의 비밀을 찾아서

  • 입력 2015.11.06 14:02
  • 수정 2015.11.06 14:03
  • 기자명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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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지금이야 김밥이 싸구려 음식이 됐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소풍이나 운동회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아마 김밥이 귀했던 건 그 안에 들어가는 소시지나 햄 때문이었을 텐데, 그 햄으로 큰 기업이 바로 롯데다. 롯데의 대표적 햄 브랜드인 ‘의성마늘햄’은 프레스햄 분야에서 브랜드파워와 판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10주년인 올해까지 1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의성 하면 ‘마늘’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6차산업화 성공사례에서 빠지지 않는다.

롯데푸드는 해마다 의성군에서 ‘의성마늘캠프’를 개최하고 유명 요리사를 데려다 ‘의성마늘햄’으로 요리시연도 하는 등,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대체적으로 높다. 롯데푸드는 ‘의성마늘햄’이야말로 기업과 농촌의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 내세운다. 그래서였을까. 올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롯데호텔’에서 만나 ‘우리 농식품 소비·수출 확대와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롯데그룹 간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식품의 가공부터 유통까지 모든 라인을 총망라하고 있는데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롯데마트를 거점 삼는다면 한국의 농산물도 ‘수출입국’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의성마늘햄에 의성마늘은 대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롯데푸드 쪽에서 주장하는 신의 비율 1.44%가 들어간다. 너무 많이 들어가면 마늘 냄새가 강해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저 비율을 찾아내는데 한참 걸렸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마다 의성마늘 90톤을 원료로 사용한다. 2015년 의성마늘 생산량이 1만5,000톤 정도로 추산되는데, 0.6% 정도가 의성마늘햄의 원료로 쓰인다. 비율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의성마늘’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으니 그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의성군은 마늘소나 마늘계란 등 의성마늘의 브랜드가치를 가진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고, 이도 ‘의성마늘햄’ 효과를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푸드와 의성군의 협약으로 ‘의성마늘’이라는 이름을 걸 수 있는 가공식품은 ‘의성마늘햄’ 뿐이다. 즉 타기업이 유사제품을 만들려면 ‘마늘햄’ 정도의 이름만 붙이던가, ‘당진마늘햄’이나 ‘서산마늘햄’만 가능하다(그렇다고 함부로 추진은 마시라. 햄과 소시지는 WHO에서 경고한 발암식품으로 지정되었으니 그 향배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의성마늘’이라는 유무형의 가치는 롯데가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최근 의성군 흑마늘 제조업체들이 모여 설립한 ‘의성흑마늘영농조합법인’과 롯데제과가 ‘의성흑마늘’ 상표권 사용을 두고 분쟁 중이다. 의성흑마늘의 경우 지리적표시제 시행에 따른 것인데, 롯데가 ‘롯데헬스원 의성흑마늘’ 제품을 팔면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결론도 지켜봐야 한다.

농촌에 종종 강의를 하게 되면 가공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가공의 권리는 정작 생산자들에게 주지도 않으면서 당국에서는 연일 6차산업화를 하라고 부추기고, 때마침 성공사례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니 마음들은 들썩인다. 하지만 성공사례로 꼽는 롯데의 ‘의성마늘햄’ 사례는 양날의 검과 같다. 지역의 농산물 가치를 인지시키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전략이지만, 모든 것을 내어 줄 수도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를 비롯해 대기업들이 속속 직영농장을 세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제 더 이상 기업들은 지역농촌을 거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가문의 싸움만 구경할 일이 아니다. ‘의성마늘햄’에 의성마늘이 얼마나 계속 들어갈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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