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은 늘고 마시진 않고 … 우유가 넘쳐난다

치즈·분유 소비 늘었지만 수입산이 시장 장악

  • 입력 2015.11.06 13:57
  • 수정 2015.11.06 14:58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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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낙농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2011년 구제역 사태로 국내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 이후 원유 공급량이 점점 늘어나더니, 결국 원유가 넘쳐흐르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엔 지난 10년을 통틀어 분유 재고량 최대, 유제품 수입물량 최대, 시유 소비량 최저치를 찍었으며 올해도 이 추세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

구제역 때 남발했던 버퍼쿼터, 아직도 남아

지금의 국내 원유 생산량 증가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1년 구제역이 터지면서 200만톤을 꾸준히 넘겼던 국내 원유 생산량은 젖소 살처분으로 약 189만톤까지 떨어졌다. 당시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일반 유업체들은 농가별로 배정돼 있는 정식쿼터 외에 임의로 쿼터를 늘리기 시작했다. 일명 버퍼쿼터다. 그렇게 2010년 말 119개였던 버퍼쿼터는 2013년 5월까지 188개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 버퍼쿼터가 상황이 변한 지금까지도 남아있어 문제다. 원유가 과잉되는 상황이지만 농가 형평성 등의 이유로 아직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유업체들은 농가로부터 버퍼쿼터를 계속 거둬들이고 있지만, 완전 회수는 2016년이 돼서야 완료될 예정이다.

버퍼쿼터 외에도 축산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는 원유가격연동제 시행으로 인한 농가의 생산의욕 고취와 타축종으로부터의 전환도 국내 생산량 증가로 이어졌다. 또 2013년부터 평년보다 겨울 기온이 높아 젖소 집유량이 많아지고, 사료 값이 내려가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이에 국내 원유 생산량은 2011년 188만9,150톤에서 2014년 221만4,039톤으로 14.7% 급증했다. 하지만 전체 원유 쿼터량은 195만톤이다. 약 25만톤의 ‘잉여원유’가 나오는 셈이다.

2015년 현재 분유재고량은 26만7,241톤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0년 1만2,658톤에 비해 약 2,000%나 증가한 수치다.

흰 우유 소비 줄어

국내 생산량과 분유재고량이 늘어나는 것과는 정반대로 시유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 흔히 우리가 마시는 흰 우유를 일컫는 시유 연간 1인당 소비량은 2004년 37.1kg에서 2014년 32.5kg까지 감소했다. 이는 출산율 저하, 소비자 인식 변화, 학교우유급식물량 감소 등으로 인한 것이다.

학교우유급식물량은 2010년 14만7,000톤에서 2014년 13만2,000톤까지 감소했다. 또 우유가 완전한 식품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시유를 포함한 전체 원유 소비량은 늘고 있다. 즉 시유 소비량은 감소했지만, 치즈·요거트 등의 유제품 소비는 늘고 있다는 뜻이다. 연간 1인당 발효유 소비량은 2004년 10.8kg에서 2014년 11.2kg으로, 치즈 소비량은 1.3kg에서 2.4kg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 변화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잉여원유를 시유 외의 유제품으로 돌려야 하지만, 이를 거의 수입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우유는 과잉인데 수입은 늘어나고…

문제는 수입이다. 우리나라 우유 자급률은 60.7%다. 수입을 제외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원유 상황은 결코 과잉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수입 유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갈 곳 없어진 국산 원유는 재고 분유 창고에 쌓이고 있다.

원유로 환산한 유제품 수입물량은 2010년 113만3,800톤에서 2014년 177만4,758톤으로 36%나 증가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급격히 늘어났던 원유 수입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입이 증가한 품목은 분유·치즈·발효유로 적게는 20.65%에서 많게는 290.12%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된 치즈는 116만2,428톤, 전지분유·탈지분유·연유는 23만4,900톤으로, 전체 수입물량의 79%를 차지한다.

국내 원유 과잉에도 불구하고 수입물량이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는 것은 저율관세와 무관세로 들어오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봤을 때, 전체 유제품 수입에서 TRQ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다.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WTO에 의한 시장접근물량(MMA), 한-EU FTA, 한-호주 FTA, 한-뉴질랜드 FTA 등으로 인해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유제품들이 무더기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TRQ 물량 외에 일정 관세를 물고 들어오는 유제품도 국내 상품보다 가격이 싸다. 국산 탈지분유 생산원가가 ㎏당 약 1만2,000원인데 비해, 수입산은 관세를 물고 국내에 들어와도 4,000~5,000원대인 상황이다.

또 수입 우유와 국내산 우유는 크게는 약 3배 가까이 가격차가 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불리한 실정이다.

결국 치즈 등의 유제품의 소비가 증가해도, 그 자리를 국산이 아닌 수입산 유제품이 차지해버려 국내 원유는 재고량이 쌓여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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