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RPC 적자경영 심화 … 쌀 생산기반 지킬 대책 시급

정부·중앙회 쌀 수급대책, 현장 기대와 거리
가격경쟁 막는 ‘광역통합RPC’ 대안으로 거론

  • 입력 2015.11.01 17:48
  • 수정 2015.11.01 20:0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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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쌀값 하락으로 지역농협 RPC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쌀값 안정 대책을 제시했지만 쌀 생산기반을 지킬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수확기 쌀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RPC 벼 매입자금(무이자 융자)을 지난해 대비 각각 1,000억원씩 더 확충할 예정이다. 정부 벼 매입자금 지원은 지난해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농협중앙회 벼 매입자금 지원은 1조3,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7일 늘어난 매입자금에 힘입어 최대한 수매물량을 늘이겠다고 밝혔다. 농협은 전년도 165만톤에 이어 금년도엔 사상 최대인 170여만톤 내외를 수매하도록 지역농협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쌀 유통량의 53% 수준에 달한다.

또, 농협중앙회는 농협 양곡창고 3,000여 개소에 3,000억원을 지원해 시설 개·보수에 나선다. 아울러 ▲조곡거래 활성화 ▲농협양곡 쌀 판매 적극 확대 ▲중국 등 수출 추진 등 우리쌀 판로 확보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쌀 수급안정 대책은 농민들의 기대와 거리가 있다. 농민단체에선 농협에 계약량을 포함한 지역 나락 전량 매입을 발표하고 농협중앙회 벼 매입 무이자자금 지원을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도 “금리가 낮아져 무이자자금의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대비 겨우 8% 상승한 매입자금 지원이 얼마나 쌀 수급안정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농민단체에선 벼 매입시 수분율 16% 통일도 요구하지만 농협은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편,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운영 전국협의회(회장 문병완)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쌀 수급안정대책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번 조치는 9월 작황조사에 따른 우선적인 조치”로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최종 생산량 등이 발표되면 추가적인 대책도 기대한다”며 추가 대책에 방점을 찍었다.

늘어나는 RPC 적자, 매입가 인하 압력으로 연결되나

농협 관계자들은 올해 수매한 물량마저 수확기 가격보다 이후 시장가격이 더 내려가는 역계절진폭으로 손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올해 농협 RPC 적자규모는 총 564억원(평균 3억5,000만원)에 달할 걸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 양곡부 RPC지원팀 관계자는 “153개 농협 RPC 중 100여개소에서 적자가 예상된다”라며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한데 내년이 더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산지농협 벼 매입가 인하 압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 RPC지원팀 관계자는 “매입가가 쌀 가격의 90%를 차지한다. 매입가가 합리적이지 못하면 적자가 나게 돼 있다”며 시장가보다 높은 벼 매입가를 RPC 적자의 원인으로 꼽았다.

농협중앙회 안에선 농협 RPC들간 경쟁으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는 대안으로 광역통합RPC가 거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153개 RPC도 많다. 통합RPC는 경비를 최소화하고 교섭력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전남지역 등에선 통합RPC가 타지역 일반 RPC보다 규모가 작은 곳도 있다”며 “군과 군끼리 합치는 광역통합RPC를 설립하는 등 정예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비 지원을 받아 만든 지역농협 RPC가 기초지방자치단체 관할을 초월한 광역통합을 이루기엔 넘어야할 장벽이 많은 게 현실이다.

영광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사외이사인 노병남 영광군농민회 부회장은 “지역농협 RPC들이 적자경영에 허덕이는 이유는 출혈경쟁 때문이다”라며 “가격경쟁으로 쌀값이 떨어지는 걸 막고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쌀농사를 지을 여건을 마련하려면 개별 RPC가 아닌 권역별 창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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