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아빠들의 요리경연대회, 어때요?

  • 입력 2015.11.01 12:06
  • 수정 2015.11.01 12:07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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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우리 지역은 면 체육대회와 군 체육대회를 격년으로 실시합니다. 올해는 군 체육대회를 하는 해 입니다. 면 체육대회 임원들과 면 직원들은 벌써부터 회의하고 가장행렬 준비하느라 몇 주 째나 주말이 없습니다. 다들 고생이 많습니다.

체육회 임원분이 나에게도 선수로 뛰어보겠냐고 제안했는데, 작년 면 체육대회 때 실력도 안 되면서 릴레이 선수로 나갔다가 꼴찌하고도 사흘간 몸살을 했던 기억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하고 보니 요즘은 체육대회를 할 만큼의 조건이 못 됩니다. 군 체육대회는 좀 낫다만 면 체육대회는 마을별로 선수 선발 자체가 어렵습니다. 낚시대회나 윷놀이 같은 선수 선발이야 쉽지만 축구, 배구, 이어달리기 등 고전적인 운동경기종목은 인원수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하긴 제2의 새마을운동도 할 사람이 없어서 못한다 하니 두 말 할 나위가 없지요.

그러니 체육대회라고 이름 하기도 그렇습니다. 군 체육대회가 체력증진이 목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군민 화합과 단합이라면 경기종목을 조금 달리해도 좋을 법합니다.

가령 아빠들의 요리경연대회를 진행하는 것도 재밌지 않겠습니까? 시상품도 최고 수준으로 해서 말이지요.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분담할 수 있도록 사회적 궤도가 반드시 필요한 바, 개인이나 가정의 몫으로만 돌리지 말고 행정이 앞장서는 것이지요. 군 체육대회가 아니면 단독대회도 괜찮겠지요?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말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노령화시대에 홀로 사는 남성가구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가사 중에서 요리를 가장 어려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문화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의 요리가 더 어렵다고 합니다. 한식요리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는 얘기지요. 그런데도 남성은 부엌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적인 전통문화 때문에 여전히 가사분담도 어렵고 남성의 요리참여가 제한적입니다. 그만큼 노령남성의 독립생활도 어려운 것이지요. 그러니 남성들도 자연스럽게 요리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할 터, 경연만큼 동기부여가 쉬운 것이 없습니다.

노령화가 심해지는 시대에는 지역체육대회의 경기종목도 새로이 고민해야 합니다. 굳이 체육대회 형식을 고집할 량이 아니라면 또는 애써 인원 채우기도 급급한 고전적인 경기종목에 집착하지 말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종목 개발을 해 보자며 새로운 생각을 던져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빠들의 요리경연, 그 밑바탕에는 많은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여성들도 남성들도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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