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멀고 교통도 불편, 갈 시간도 없다”

농촌 전문응급의료기관 전무 … 보건지소 내실화·방문치료 활성화 필요

  • 입력 2015.10.30 14:14
  • 수정 2015.11.08 14:44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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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의료시설의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도농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보건지소의 내실화 및 방문치료 활성화가 시급하다. 사진은 충북 괴산군의 한 보건지소 모습. 한승호 기자

 “큰 병이 들어도 도심으로 나가야 해요. 군단위에 큰 병원이 없으니까요. 대중교통도 잘 안 돼 있고. 그나마 읍에 있는 군 보건소가 규모가 있지만 요즘 농한기도 없어졌는데 일부러 읍까지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죠.”

경남 함안에서 농사를 짓는 한승아(43)씨가 지역에서 여성농민들이 겪는 의료현실을 전했다. 인근 면 보건지소엔 내과진료를 제외하면 진료항목도 다양하지 않고 정보체가 부족해 젊은 여성농민의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한씨는 “지역사회에서 어느 집의 며느리인지도 다 아는 처지에 젊은 여성농민이 고령의 농민과 함께 병상에 누워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부담스럽기만 하다”며 “아이들 예방접종할 때 빼곤 농사지으면서 보건지소에 갈 일이 없다”고 했다. 한씨는 또한 “군 보건소엔 내과 외에도 치과 등 진료항목이 다양하고 건강과 금연, 비만 등에 대한 프로그램도 진행하지만 농사일을 하는 여성농민들이 군 보건소에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국장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젊은 사람이 차로 병원 갈 사람을 모아 자가용으로 한 번에 가는 게 아니라면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정 정책국장은 “농촌 인구가 줄고 있어 병원도 적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을 묻는 질문에 84.8%에 달하는 여성농민이 ‘병·의원’이라고 답했다. 이 결과에선 연령이 높을수록 병·의원 방문 비중은 낮아지고 보건소 이용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70대 이상 고령 여성농민의 82.1%가 병·의원을 이용하지만 12.8%가 보건소를 이용한다고 답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건소 이용률을 나타냈다.

특히 의료기관 이용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엔 42.4%의 여성농민이 ‘의료기관이 멀거나 교통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론 ‘바쁜 농사일로 병원에 갈 시간이 부족하다(21%)’는 이유를 꼽았으며 ‘의료서비스 부실(7.9%), 대기시간이 길다(7.6%), 비싼 진료비, 필요 정보·상담 어려움’의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이 거주지에서 먼 시·군 또는 읍면 소재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연령이 높을수록 이동이 가장 큰 불편사항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더불어 농촌진흥청이 지난 5월에 발표한 2014년 농어업인 복지 실태 조사에선 농촌 의료시설이 일반시나 도농복합시보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무엇보다 응급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기준 도농복합시엔 105개의 종합병원과 1만3,373개의 일반병원이 있고, 일반시는 종합병원 56개 일반병원 1만373개, 군에는 종합병원 17개 일반병원 3,823개로 나타났다. 응급의료시설과 관련해선 2011년 12월을 기준으로 농어촌엔 전문응급의료센터가 아예 없다. 군엔 지역응급센터 5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72개소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군은 2013년 43개 지역에서 2015년 5월 기준으로 11개 지역까지 줄었으며, 취약지 응급의료 지원예산은 2006년 37억원에서 15년 294억으로 늘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도농간 격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며, 모든 농어촌 취약지에 응급의학 전문의와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을 모두 배치하는 것은 재정 투입을 확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 정책국장은 “일단 여성농민들도 농촌에 병원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보건지소의 건물만 으리으리하게 지을 것이 아니라 내실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국장은 “농부증으로 일컬어지는 근골격계 질환과 치매, 당뇨 등 노인성 질환이 심각하다. 고령층뿐만 젊은 여성농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방문진료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며 “방문진료에서 내과 진료하고 피만 뽑을 게 아니라 요구가 많은 침과 뜸 등의 한방진료 확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씨 또한 “면단위 보건지소의 건물을 좋게 짓는데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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