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 농민 혜택이 줄줄 새나갔다

[인터뷰]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김제·완주)

  • 입력 2015.10.25 18:41
  • 수정 2015.10.25 18:4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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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똑같은 면세유인데 농민들이 쓰는 농협주유소 기름이 왜 어민들이 쓰는 수협 기름보다 비싼지 모르겠다.” 한 농민의 볼멘소리에 그 즉시 진상파악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최규성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를 집중 공격했다.
수협 면세유와의 가격차이, 또 지역농협 주유소간의 가격차이를 분석해보니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수수료’란 명목으로 줄줄줄 새고 있었다.
최 의원은 “농협주유소가 면세유에 적정 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반 주유소의 가격 거품까지 잠재울 수 있다”면서 국정조사까지 밀고나갈 계획을 밝혔다.
 

▲ 최규성 의원

지난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면세유를 부당한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어떤 계기로 알게 됐나.

우연한 기회였다. 지역 간담회에서 한 농민이 똑같은 경유(면세유)인데 수협과 농협 가격차가 왜 300원이나 나는지 물었다. 처음엔 나도 그럴 리 없다고 했다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수협조합장과 농협조합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었다. 수협은 원가 520원인데 어민들한테 590원에 판다고 하고, 농협은 원가 523원인데 농민들한테 790원에 판다고 확인했다. 농협이 유통수수료를 원가의 50%나 남긴다는 소리를 들어서 깜짝 놀랐다.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수협과 농협에서 파는 면세휘발유의 경우 적게는 리터당 110원, 많게는 219원 차이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어업용 면세유는 수협중앙회가 ‘어업지도사업’의 일환으로 일정수수료를 붙여 일선 주유소와 판매계약을 맺는다. 수수료가 예측가능하고 허용가능 한 범위에서 책정된다. 반면 농협주유소나 면세유를 취급하는 일반주유소는 임의대로 수수료가 붙는다. 때문에 유통비용, 행정비용 등을 과다 책정하는 등 교묘한 가격장난이 관행으로 굳어왔다.

국감 이후 농협중앙회에서 설명하러 왔는데, 면세유 가격이 너무 비싸니 좀 싸게 팔라는 식의 공문은 몇 번 보냈다고 들었다.

지역농협의 주먹구구식 수수료 산정과 농협중앙회의 허술한 지도 속에 농민들이 더 싸게 살 수 있었던 면세유를 비싸게 구입해 왔으니 기막힌 노릇이다.

 

농협은 수협과 공급체계가 다르다는 해명을 하고 있는데.

공급체계엔 별 차이 없다. 수협이나 농협이나 일괄구매하는 방식이고, 여기에 수수료를 얼마나 붙이는 가의 차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농협 내에서도 면세유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올해 1월 경북 산청농협은 리터당 990원, 경북 서안동농협은 리터당 499원에 판매해 490원이라는 가격 차이가 났다. 기름 공급가격의 차이는 미미한데 수수료 차이가 최종 면세유 판매가격의 차이를 키웠다. 어느 지역농협 감사가 면세유 수익이 1년에 6~7,000만원이나 돼 너무 높다고 몇 년 간 문제제기를 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는 말도 들었다. 면세유는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돼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농협 면세유 문제, 어떤 대책이 있나.

우선 여야 의원들과 국정조사를 논의 중이다. 면세유 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일반 주유소를 관리감독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세금신고가 제대로 이뤄졌나를 확인해야 하는 국세청, 면세유 공급주체인 농협중앙회 등 모든 기관을 불러 모아 문제를 규명하겠다.

제도도 바꿔야 한다. 가장 간단한 것이 주유소 가격표시를 보다 세분화 하는 일이다. 일반 휘발유 얼마, 유류세 얼마 그래서 면세유는 얼마.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하면 과다한 수수료를 붙여가며 판매하는 관행은 상당수 해결될 것으로 본다.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혜택이 농협주유소나 더 문제가 심각한 일반 주유소를 배불리는데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책임지고 밝혀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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