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면세유가격 책정, ‘엉터리’ 표시에 ‘주먹구구’식 운영

국감 지적 뒤에도 일선 지역농협 개선 없어
필요경비 적정기준 없으니 어림셈에만 의존

  • 입력 2015.10.25 15:47
  • 수정 2015.10.25 20:2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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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역농협이 면세유 판매시 임의로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지만 현장은 아직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면세유가격 책정을 바로 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

농업용면세유는 1986년 3월부터 현재까지 30여년 동안 유류에 부과되는 각종 제세금을 면제해 농가경영비 절감에 기여했다. 경유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포함해 리터당 528.75원과 매입가격에 붙는 부가가치세(세전가격+세금)를 함께 면제받는다. 휘발유는 리터당 745.89원에 역시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다. 등유도 개별소비세(리터당 90원), 교육세(리터당 13.5원), 부가가치세가 면세대상이다.

면세유를 공급받는 농민들은 이같은 면세내역을 일일이 알기 어렵다. 지난 19일 충남 A농협 주유소 앞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이제 마늘을 정식해야 해 관리기에 넣을 휘발유를 받으러 왔다”며 “우리 농협에서 하는거니 믿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관내 민간주유소 가격과 비교해 본적이 있냐고 묻자 “조합원이어서 다른 곳과 비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 충남 A농협 주유소는 휘발유 면세전가격이 리터당 1,500원이었고 면세유가격은 780원이었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기본 면세액만 리터당 745.89원이니 A농협 가격표시판은 '엉터리' 표다. 이처럼 부정확한 정보공개는 농민들이 얼마나 면세혜택을 받으며 농협은 중간과정에서 얼마나 마진을 남기는지 알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일선 지역농협 주유소 현황은 이같은 기대와 달리 주먹구구식으로 면세유를 팔고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주유소는 출입구 앞에 과세유가격을 표시하고 주유소 외벽엔 면세전가격을 기재한 면세유가격표시판을 설치해야 한다. 면세전가격은 면세유가격에 면세액을 합친 금액이다. 면세유 판매시 기본마진 외에 별도로 경비를 부과한다면 면세전가격이 과세유가격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A농협 주유소는 유류별 과세유가격과 면세전가격이 똑같았다. 휘발유는 면세전가격이 리터당 1,500원이었고 면세유가격은 780원이었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기본 면세액만 리터당 745.89원이니 A농협 가격표시판은 더 계산할 필요도 없는 ‘엉터리’ 표다.

A농협 상무는 “시장형편과 주변여건에 따라 면세유가격을 책정했다”면서 “따로 면세유 필요경비나 마진을 따져본 적은 없고 직전 면세유가격을 기준으로 인상과 인하만 결정했다”고 실토했다.

충북 B농협 유류판매소는 이달 경유를 리터당 1,185원에 매입했다. 20일 현재 경유 과세가격은 1,250원이고 면세가격은 850원으로 책정했다. 매입가에 따르면 면세액은 636원이다. 여기서 경유면세유 마진은 850원(경유 면세유가격) - 549원(경유 과세유 매입가 - 제세금)으로 구할 수 있다. 결국 경유 면세유 마진은 리터당 301원이 나오는데 여기서 기본마진(65원)을 빼면 236원이 남는다. 농협중앙회는 이 236원을 면세유 판매에 따른 필요경비라고 부른다.

B농협 경제사업소 관계자는 “면세유 판매는 90% 이상 배달로 판매한다. 배달료를 따로 받지 않기에 부가비용이 따로 들어간다”라며 “이밖에 인건비와 배달차량도 2대를 구입했다. 면세유 판매에 필요한 각종 보험료만 1년에 1,000만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 면세유 판매현장에서 만난 지역농협 관계자들은 유류별 면세액이 얼마인지 모르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20일 찾은 충북 B농협 유류판매소의 모습.

필요경비가 있어야 한다는 경영상 논리를 받아들여도 리터당 236원은 비싼 편이다. 농협중앙회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필요경비 부과금액 분포를 조사한 결과, 전국 경유 면세유 필요경비 평균인 리터당 67원과 비교해도 약3.5배 높은 수치다.

농협중앙회 에너지사업국 관계자는 “면세유가 비싼 농협은 주로 판매소를 운영하는 곳이다”라며 “단순비교한 데이터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판매소 매출액이 1년 2~3억원 수준이어서 면세유 판매에 필요한 고정지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지역농협별 처지와 여건에 따라 적정한 필요경비를 판단할 기준이 없기에 현재 지역농협의 면세유가격 책정은 전적으로 지역농협 각각의 어림셈에 의존해야 한다. 농협의 면세유 판매 부당이득 문제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최규성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총 면세유 공급량이 16억리터다. 지역농협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아무 기준없이 받아가는 셈이다”라며 “농협에선 과세로 유류를 매입해 면세로 판매할 때 따르는 금융비용도 따로 가격에 덧붙이는데 왜 농민들이 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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