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토종씨앗] 씨앗 속에 삶이 있네, 토종꼬마찰옥수수

  • 입력 2015.10.25 11:24
  • 수정 2015.10.25 11:28
  • 기자명 황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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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
▲ 황선숙(전남 무안군 해제면)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났지만 농촌은 제게 식물도감 이미지로만 있었습니다. 농촌에 살게 되리라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는데 어린 아들의 사고와 농사짓고 싶다는 남편 덕에 농촌에 내려왔습니다. 한 3년 울고 나니 농촌이 달리 보이더군요. 농촌이 생명을 키우는 곳이라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삶을 되새김질하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농촌이구나 싶었습니다.

1997년 농촌에 내려와 18년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처음 내려왔을 땐 남편이 농사를 전혀 몰라 친정에서 1년 동안 농사를 배웠습니다. 그 즈음 광주에 사시는 선배님이 안완식 박사님의 <우리 종자> 등 농촌에 사는 데 길잡이가 되는 좋은 책들을 몇 권 두고 가셨습니다. 책 속의 방법으로 몇 년 동안 심어 보니 그 또한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로 여성농민회를 만나 씨앗을 지키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체가 씨앗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단체 속의 회원 한 명 한 명이 씨앗을 지키고 갈무리해야 하는데, 혼자 하던 일을 나누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많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종자 한 가지라도 꼭 지켜낼 수 있도록 하여 불어나는 토종씨앗 지킴이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제가 심어오고 있는 토종꼬마찰옥수수의 역사는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부터 심어온 토종꼬마찰옥수수는 친정어머니께 받아온 종자입니다. 올 여름 벌초하러 내려온 일흔이 가까이 된 사촌오빠랑 친정 식구들이 모여 이 옥수수를 먹게 되었는데 친정어머니 사촌오빠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 옥수수 종자는 영암 네 외가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번쩍 ‘이 씨앗에는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친정어머니께 무수히 듣던 엄마 젊은 날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씨앗 속에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상상….

이 토종꼬마찰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에 비해 파종하고 수확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4월 한 달 모종을 키워 어린이날 즈음에 심으면 8월 중순에나 먹을 수 있습니다. 일반 옥수수보다 보름이 더 걸립니다.

일반 옥수수는 그냥 솥에 삶아 먹어도 되지만 이 옥수수는 압력 솥에 삶아 추가 돌고 7~8분 두어야 찰기가 살아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잘 익은 옥수수를 하룻밤 두었다가 잡곡처럼 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8시간 물에 담궈 차 덖는 무쇠솥에 한 시간 정도 덖으면 맛있는 옥수수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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